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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4차 산업혁명시대의 역사학(복기대 인하대 융합고고학과 교수)

기고문/ 4차 산업혁명시대의 역사학(복기대 인하대 융합고고학과 교수)

김학준 기자
입력 2019-06-20 11:46
업데이트 2019-06-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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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관련 대중 강연을 하다 보니 적잖은 분들이 질문을 던진다. 노령 층에서부터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계층도 다양하다. 역사 고고학을 전공한 나로서도 모르는 것이 있지만, 생각지 않은 분야의 질문을 받아 당황스러운 때도 있다.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이는 현재 대세인 4차 산업혁명과 관련이 깊다고 본다. 고고학자인 필자는 2015년부터 4차 산업에 대한 공부를 해왔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4차 산업은 사실 고고학과 매우 유사하다. 고고학 자체가 시대마다 최첨단의 기술로 연구하는 것이고, 모든 자료를 최대한 모아 놓고 해석을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역사자료들이 한글로 빅데이터화되어 누구나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인터넷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과거 전문가들만이 볼 수 있었던 역사 관련 자료들이 이제는 일반인들도 관심만 가지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러 사연 때문에 역사공부를 단념했던 이들, 혹은 인생 2모작이나 3모작을 설계하는 이들이 빅데이터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역사학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반 시민들이 역사와 관련한 많은 연구 결과까지 쏟아내고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재야 사학자’들로 불리며 근거가 모호한 한두 가지 자료들로 침소봉대하던 수준과는 전혀 다르다. 이들은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자료들을 찾아서 제시하고, 심지어는 역사 현장을 다녀온 내용들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분야별로 전문화된 영역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공동작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시도하는 연구이론을 참고하여 새로운 이론적 기반까지 갖춘 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강호의 실력자들이 인터넷에서 나와 직접 연구 결과를 책으로 출판하는 현상을 보면서 이제 바야흐로 ‘시민사학’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판단된다.

필자는 과학이나 수학, 경제 관련 역사서가 눈에 띄면 한번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가끔은 무릎을 치면서 감탄할 때도 있다. 과학·수학·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았으면 이해하지 못했을 역사의 기록과 해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역사학이라는 것은 특정한 소수의 생각만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당대 많은 사람들이 웃고, 울었던 일들을 기록해 놓은 것이 역사이고 이런 당대의 경험을 6하원칙으로 정리, 연구하는 것이 역사학이다.

단순한 사회에서 복잡한 사회로 진입하게 되면 정치, 행정, 경제, 종교 등 각 분야별로 나뉘어 발전하게 된다. 학문 또한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복잡한 사회조직을 갖춘 시대일수록 역사학 연구는 각 분야별로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의 역사학은 대학의 사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1학년 때는 역사 교양 및 개론서, 2학년 때는 고대사, 3학년은 중세사. 4학년은 근세사 등등이 가장 흔한 커리큘럼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졸업할 때 대부분 경제학, 기후학 등 다른 학문에 대해서는 잘 모른 채 대학원에 진학한다. 다른 분야의 학문을 응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학부과정의 심화, 반복교육이 이뤄진다. 이렇게 배운 역사학도들과 저마다의 분야에서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역사 연구에 매진하는 일반 시민들과 비교해 볼 때 누가 더 사실적일까.

인간은 경험을 누대에 걸쳐 활용한다. 이 경험은 계몽주의와 실증주의를 거치며 인문학의 르네상스를 견인했다. 한국사회도 이러한 개연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신의 전문영역을 투과시켜 확인해 보는 시민들의 인문학적 지식과 역사의식이 현대 한국이 처한 동북아시아 지역 내의 역사적인 갈등, 그리고 트라우마 같은 수동적 사고를 풀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과학 발달이 가져온 또 하나의 큰 성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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