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저임금 인력 아닌 회사와 성장할 인재로 생각하고 교육·채용”

“저임금 인력 아닌 회사와 성장할 인재로 생각하고 교육·채용”

김지예 기자
김지예, 홍인기, 기민도 기자
입력 2019-06-18 23:54
업데이트 2019-06-19 09:5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교육청 선정 현장실습 선도기업 5곳에선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17 마포구 특성화고등학교 인재매칭데이(취업박람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신문 DB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17 마포구 특성화고등학교 인재매칭데이(취업박람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신문 DB
“단기간에 업무량을 뽑아낼 인력이 아니라 회사와 함께 성장할 인재로 보고 키웁니다.”

화장품 제조·무역업체인 금축인터내셔널에서 직업계고 실습생 실무를 맡는 채민병 과장은 매년 실습생을 받아 채용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직업계고 출신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돼 웹디자인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채 과장은 “실습생들이 젊은 감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경험이 쌓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무 습득 빨라… 대졸 취업생에 뒤지지 않아”

서울교육청이 선정한 선도기업 중 5곳의 교육 담당자와 취업자에게 현장실습 제도가 잘 자리잡은 배경을 물으니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현장실습 선도기업은 교육여건 개선과 현장 강화를 위해 교육청이 심사를 거쳐 선정한 우수 기업으로 10월부터 학생들을 조기 채용할 수 있다. 채 과장은 “단순 반복 업무가 실습 기간 내내 지속되면 학생들이 지루함을 느낀다”며 “최대한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연관성 있는 업무에 배치한다”고 답했다. 로봇 개발·생산 업체인 유진로봇도 실습생을 생산파트로 보내지 않고 연구실 소속으로 3개월간 품질 테스트를 배우게 한다.

학교에서 이미 관련 과목을 공부하고 온 실습생들은 업무 습득도 빠른 편이다. 기업 담당자들은 “대졸 취업생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유진로봇의 유연희 차장은 “테스트 업무는 로봇 전반을 알아야 할 수 있는 분야”라며 “로봇고등학교 학생은 로봇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알고 자격증도 취득해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작년 3명, 올해 4명의 고교생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학교에서 배운 연관 업무에 배치… 만족도 커”

학습과 실습이 선순환될 때 학생들의 만족도 커진다. 지난해 이 회사의 정직원이 된 심준열씨는 “학교에서 배우거나 자격증 획득 과정에서 프로그램 언어를 익힌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심씨는 입사 후 로봇 개발에 특기와 가능성을 보여 지난 3월 개발 분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실습 기간이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고 일을 배우는 중요한 기회였다”며 “어려운 점이 있을 때 회사 내 사수(일을 가르쳐 주는 선배)나 학교 선생님에게 받은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직업계고 실습생들을 곧바로 실전에 투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용과 노력이 더 들어도 실습생에게 전담 직원을 배치한다. 금축인터내셔널은 1~2년 근무 경력의 젊은 사원을 전담 배치해 실무 위주로 교육하고, 온라인 보안 솔루션 업체인 트랜스박스는 실습생에게 1대1 멘토를 붙여 기업 부설 연구소의 보조 연구원으로 배치한다. 트랜스박스의 신재열 이사는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실습생을 뽑아 교육한다”며 “채용 후 굉장히 만족스럽게 일을 잘하고 기존 개발자들이 실습생 출신 직원들에게 배우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동등한 대우… 회사·학교·학생 긴밀 소통 필요”

2017년부터 직업계고 실습생을 채용한 영상기기 제조업체 재원씨앤씨도 기초 기술교육을 부서당 1명의 직원이 전담한다. 이대욱 차장은 “실습생도 다른 직원과 똑같다고 생각하고 직원들이 하기 싫은 일을 실습생에게 안 시킨다는 단순한 논리로 접근한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도 교육 없는 실무 투입은 불가능하고, 학생도 힘들기 때문에 초반 2개월은 교육 위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안전 규정은 해당 부서의 규정대로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적용하고, 교육 담당자들이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을 가르쳐 정부의 안전 규제 강화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회사와 학교, 학생 3자 간의 긴밀한 소통을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채 과장은 “어떤 분야에서 어떤 학생들을 원하는지 기업과 학교가 면담을 통해 정확히 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현장실습 기업이 줄어들면 학생들은 취업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졸업 후에 실습을 나갈 경우 학교 등 지원을 받기 어려운 부분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9-06-19 6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