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봉하마을 찾는 부시에게서 ‘인간 노무현’을 엿보다

입력 : ㅣ 수정 : 2019-05-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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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그린 盧초상화 들고 첫 추도사 낭독
1946년생 동갑내기, 대북정책 등 대립각
이념갈등에도 8차례 회담서 인간적 교감
시드니회담 땐 “우리 둘, 친한 친구” 예우
막말·혐오 정치판, ‘원칙·인간애’ 배워야
한국 온 부시… 오늘 文대통령 면담 뒤 봉하행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 한국 온 부시… 오늘 文대통령 면담 뒤 봉하행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기로 하면서 막말과 혐오가 난무하는 우리 정치권과 대비를 이룬다. 이념과 정책에서 대립했지만 인간에 대한 존중와 예우를 잃지 않는 모습이 우리 정가에 역설적으로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2일 오후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해 환한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었다. 취재진이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하자 “아주 좋아요, 친구들”이라고 답했다. 다만 ‘한국에 전할 메시지’ 등을 묻는 말에는 특별한 답을 하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뒤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들고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다. 전직 미 대통령이 전직 한국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부시 전 대통령 임기는 노 전 대통령 임기(2003. 2~2008. 2)와 겹친다. 두 사람은 1946년생 동갑내기였지만 배경 면에서 교집합이 별로 없었다. 각각 보수정당인 공화당과 진보정당인 민주당 출신으로 이념적 지향이 달랐고, 한 사람은 정치 명문가, 한 사람은 서민 출신이었다.

재임 중 두 사람은 북한 정전협정과 한반도 평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사안마다 갈등을 빚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한과의 수교 방침을 틀며 한반도 긴장을 높였고, 노 전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도 미국은 부담스러워했다. 8차례 정상회담을 포함, 총 10차례의 만남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퇴임 후 부시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노 전 대통령이 보여 준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고, “2009년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빠졌음을 밝히고 싶다”고 썼다. 2007년 시드니 정상회담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미스터 프레지던트”, “우리 둘은 친한 친구”라고 칭하며 예우했다. ‘원칙·공정·인간애’ 등 생전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이 그에게도 울림을 남겼으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대통령 신분을 내려놨지만 10여년 전 상대국 대통령을 이역만리 시골까지 추도하러 가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며 “‘김정은 수석 대변인’부터 ‘달창’, ‘사이코패스·한센병‘, ‘독재자의 후예’까지 독설과 공격투성이인 여야 정치권이 역설적으로 반성해야 될 대목”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9-05-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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