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에서 고문한 군인, 32년 만에 美 법정에서 “유죄” 평결

입력 : ㅣ 수정 : 2019-05-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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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한 지 32년 만에 가해자를 미국 법정에 세워 유죄 평결과 함께 배상금 50만 달러를 받아낸 파르한 타니 와르파. BBC 홈페이지 캡처

▲ 소말리아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한 지 32년 만에 가해자를 미국 법정에 세워 유죄 평결과 함께 배상금 50만 달러를 받아낸 파르한 타니 와르파.
BBC 홈페이지 캡처

소말리아 내전이 한창이던 1987년 자신을 고문했던 인물을 끈질기게 추적해 30년도 훨씬 지나 미국 법정에 세운 뒤 배상금까지 받아낸 소말리아인이 눈길을 끈다.

화제의 주인공은 파르한 타니 와르파. 그는 21일(이하 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 법원 배심원들 앞에서 소말리아 정부군 대령이었던 유수프 압디 알리에게 당한 일들을 증언했다. 전직 미국 대사, 알리의 부하들, 또다른 피해자들이 줄 지어 알리가 고문 명령자이며 초법적 살인을 지시한 전범이라고 일제히 지목했다.

알리는 지난달까지 버지니아주에서 우버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었다. 이용자들의 평점은 4.89로 높은 편이었다. 배심원단은 알리의 유죄를 평결하며 와르파에게 50만 달러(약 6억원)를 손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1일 미국 법원에서 고문 유죄 평결을 받은 유수프 압디 알리 이렇게 선한 인상의 그가 32년 전 소말리아에서 끔찍한 고문과 살인을 지시한 가해자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캐나다 CBC 동영상 캡처

▲ 21일 미국 법원에서 고문 유죄 평결을 받은 유수프 압디 알리 이렇게 선한 인상의 그가 32년 전 소말리아에서 끔찍한 고문과 살인을 지시한 가해자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캐나다 CBC 동영상 캡처

이번 평결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의 고문 피해자 보호법(TVPA) 덕분이었다. 미국 영토나 해외 영토에서의 고문을 금지하고, 미국 시민권 소지에 관계 없이 해외에서 벌어진 고문과 초법적 살인 기소권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2004년 알리를 상대로 처음 소송을 제기했던 와르파는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평결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알리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92년 캐나다 CBC 방송 제작진이 만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였다. 당시 알리는 토론토에서 경호요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방송이 나간 뒤 그는 얼마 안 있어 “심각한 인권 유린”을 이유로 추방됐다. 미국도 신병 인수 절차에 들어갔는데 알리는 1996년 조국으로 이미 돌아간 뒤였다.

그런데 미국에 몰래 들어와 있었다. 우버 택시를 몰기 전에는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경호요원으로 일한 경력도 있었다. 언제 어떤 경로로 미국에 입국했는지 알려달라고 방송이 요청했지만 국토안보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달 미국 CNN 취재진은 손님을 가장해 알리가 모는 택시에 탑승해 말을 붙여봤다. 그는 우버 택시는 잠깐잠깐 운전대를 잡고 라이프트(Lyft)는 정규직으로 취업했으며 돈이 된다는 이유로 주말 근무를 더 좋아 한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신분 인증을 통과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알리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파르한 타니 와르파(가운데 모자 쓴 이)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법원 앞에서 유죄 평결 결과에 환호하며 변호인단과 함께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 파르한 타니 와르파(가운데 모자 쓴 이)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법원 앞에서 유죄 평결 결과에 환호하며 변호인단과 함께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알리는 우버를 18개월 동안 몰았으며 주와 연방 전과 기록을 살펴보고, 연방수사국(FBI)과 국제형사사법경찰기구(인터폴)가 배포한 감시 목록만 통과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날 평결은 고문에 대해서만 유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와르파는 전율을 느낄 정도로 감격했다고 변호인은 전했다. “그는 32년 동안 오늘이 있기만을 기다렸잖아요.”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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