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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 드러낸 한국당 투쟁지휘 나경원 “같이 살고 같이 죽자” 독기

야성 드러낸 한국당 투쟁지휘 나경원 “같이 살고 같이 죽자” 독기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9-04-28 08:42
업데이트 2019-08-0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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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위해 단상 향하는 나경원
연설위해 단상 향하는 나경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규탄 2차 장외집회’에서 연설을 위해 이동하며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9.4.27/뉴스1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여야는 주말인 28일에도 대치를 계속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확 달라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회에서 비상 대기하면서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소속 의원을 4개조로 나눠 비상소집령을 유지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원천 봉쇄에 나선 한국당 관계자들은 이날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등 국회의 주요 거점을 지키고 있다. 한국당은 밤새도록 정개특위 회의장을 지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이 제1야당다운 야성(野性)을 발휘하는 데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분석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25∼26일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시도를 막는 일차적 성공을 거뒀다. ‘폭력 국회’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국당은 ‘육탄 저지’를 위한 단일대오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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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지르는 나경원 원내대표
비명 지르는 나경원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몸싸움에 휘말려 비명을지르고 있다. 2019.4.25
뉴스1
여야 4당이 지난 23일 패스트트랙 처리시한에 합의한 직후 28일 현재까지 24시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패스트트랙 저지 사령탑’인 나 대표는 지난 26일 밤 비공개 의원총회에 숙박 농성 자원자를 구하면서 “아무도 국회에서 주무신다는 분이 없다면 저 혼자서라도 자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의원들은 앞다퉈 손을 들며 자원했다고 당 관계자가 연합뉴스에 전했다.

지난 1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해 ‘단식 릴레이 농성’에 나섰다가 ‘5시간 30분의 단식’이 알려져 ‘가짜 단식’, ‘간헐적 단식’, ‘웰빙 단식’ 등의 비웃음을 산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26일엔 민주당이 국회 폭력행사 등의 혐의로 의원 18명을 고발하자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한때 불안감이 감돌기도 했다.고발을 감수하면서 실력 저지에 나서는 데 따른 부담 때문이었다. 민주당의 고발 이후 열린 의총에서 ‘원내지도부가 개별 의원의 고발을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고, 나 원내대표는 “저도 고발당했는데 같이 죽죠. 같이 살고 같이 죽죠”라고 독기 어린 답했다고 전한다.

이에 원유철(5선)·신상진·정진석·주호영(이상 4선) 의원 등 중진의원들은 “고발 안 된 중진들이 앞장서자”며 의총 이후 정치개혁특위 회의장 점거의 최일선에 섰다.

한국당 의원들이 스크럼을 짠 채 바닥에 드러눕고, 팔을 휘두르며 연신 ‘독재 타도’, ‘헌법 수호’를 외친 것도 보기 드문 장면으로 꼽힌다.

패스트트랙 대치가 시작된 지난 24일 장인상을 당한 황교안 대표는 곧장 소속 의원 및 당협위원들에게 “조문을 오지 말고 대여투쟁 상황에 집중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상중인 지난 26일 새벽 상복 차림으로 국회를 찾아 점거 농성 중인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을 격려했고, 전날 장인상 발인 후에는 곧장 대규모 규탄대회가 열린 광화문으로 향했다.

당 일각에서는 여야의 물리적 충돌로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대여 투쟁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결속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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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의원과 당직자 격려하는 황교안
농성 의원과 당직자 격려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국회 농성을 계속중인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2019.4.26 연합뉴스
4·3 보궐선거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투톱 리더십이 안정감을 찾고,‘결집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점도 ‘전투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대여투쟁 깃발 아래 똘똘 뭉치면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간 해묵은 갈등이 누그러졌다는 말도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의총 등에서 의원들이 모일 때 친한 사람들이나 계파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었는데,이번에 전체 의원들이 같이 먹고 자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계파를 초월한 일종의 전우애, 동지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대여 투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주목된다. 정치권에선 이번 주 초 정개특위와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 추진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이상민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주말 사개특위 개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뉴스1이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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