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김정은 ‘무력 최고사령관’ 호칭…제재 우회로 찾는 듯

입력 : ㅣ 수정 : 2019-04-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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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크렘린궁은 18일 보도문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달 안에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 러시아 크렘린궁은 18일 보도문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달 안에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의 푸틴 러시아 대통령 대면은 이번이 처음이며,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 8년 만이다. 북미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전통적이 우방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제재를 벗어날 우회로를 찾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동지께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각하의 초청에 의하여 곧 러시아를 방문하시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 기간 김정은 동지와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회담이 진행되게 된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같은 내용으로 그의 방러 소식을 알렸다. 북한 매체들은 구체적인 방문 일정이나 장소 등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출발 보도를 하기 전 김 위원장의 방문을 대내외에 사전에 예고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번 북러정상회담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베리아 부랴티야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를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현 총리)과 회담한 뒤 8년 만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대면이기도 하다.

현지에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의 극동연방대학에서 24∼25일께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러시아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는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고 24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25일 극동연방대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관광지를 방문하는 등의 문화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지난 2002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찾은 곳들을 둘러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러시아 방문은 미국과의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대북제재를 피할 우회로를 찾기 위한 일환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 가증할 때까지 대북 제재 완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도 단계적 비핵화와 이에 따른 보상을 주장하며 미국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비난을 쏟아부으며 사실상 ‘버티기’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제재 부담을 덜기 위해 전통적인 우방인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협력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도 한반도 상황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북한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러시아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비핵화 선행 조치로 인정하고 단계적으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번 회담을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북 제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은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를 러시아에 급파해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의 방러를 예고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군 관련 수식어를 최근에 새로 바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라고 호명했다.

기존에는 김 위원장의 군 직책 관련 수식어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라고 호칭했지만, 김정은 2기 정권이 공식 출범한 이달 11∼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를 계기로 일제히 수식어를 바꿔 북한의 군 통수권자임을 부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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