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전發 공연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입력 : ㅣ 수정 : 2019-04-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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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 두드리는 지역 창작 뮤지컬
미국 노동운동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공연 장면.  이터널저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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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동운동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공연 장면.
이터널저니 제공

최근 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이 기획하거나 제작에 참여한 대형 창작 공연물이 연이어 서울까지 소개되며 눈길을 끌고 있다. 공연시장의 서울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서울과 지역 간 공연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1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창작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는 ‘부산발’ 작품이다. 유병은 연출과 심문섭 제작 등 서울에서 활동하던 부산 출신 공연계 인사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기획해 지난해 부산문화재단이 공모한 청년연출가 작품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앞서 이 작품은 부산 ‘영화의전당’이 공동 기획·제작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영화의전당에서 먼저 선보였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 BNK부산은행이 지원하고 부산의 공연계 종사자들이 호흡을 맞춰 완성했다. 미국 노동운동의 이정표가 된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실화를 바탕으로, 2년여의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은 ‘영화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 배우 인프라가 많은 지역으로도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통계(2016년 기준)를 보면 부산은 6개 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은 68개 등록공연장을 갖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부산 출신 배우들이 이제 영화 외에 무대 예술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내린 뮤지컬 ‘파가니니’는 대전예술의전당과 HJ컬쳐가 공동 제작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대전에서 지난해 12월 공연한 뒤 지난 2~3월 서울 광화문으로 무대를 옮겼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를 소재로 연기와 연주를 한 배우가 소화하며 화젯거리를 낳았다. 대전예술의전당 공연에서는 총 8회 공연 중 5회 공연을 매진시키기도 했다. ‘1976 할란카운티’만큼 지역색이 짙지는 않지만, 오병권 전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이 퇴임사 때 이 작품을 따로 언급했을 정도로 지역공연계에서 힘을 쏟았던 작품이었다.

창작뮤지컬은 아니지만 지역 공연기획사가 해외 작품을 직접 들여와 서울 주요 극장에 소개한 사례들도 주목을 받았다. 영국 오리지널팀이 내한한 뮤지컬 ‘플래시댄스’는 대구의 공연기획사 ‘예술기획 성우’가 국내로 들여온 작품이다. 지난해 7월 대구에서 소개된 뒤 올해 초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통해 서울 관객과 만났다.

이 같은 모습은 대부분 대형 공연이 서울의 공연기획사와 제작사 중심으로 선보여왔던 전례와 차별화된다. 단순히 서울의 주요 공연장 대관이 여의치 않아 지역에서 공연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계가 비수도권 공연시장으로 진지하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달 초 부산에서 개관한 전국 최대 규모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가 공연제작사들의 창작 개발에 도움을 주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지역에서 먼저 작품을 올린 뒤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로 진출하는 ‘트라이아웃’ 공연이 영미권처럼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서울은 큰 시장일뿐 큰 생산기지인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은 서울에서 모든 것을 하려고 해 지역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상황인데, 최근 지역에서 공연을 만들어 올린 사례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9-04-2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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