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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골프와 정직/이종락 논설위원

[길섶에서] 골프와 정직/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19-01-21 17:36
업데이트 2019-01-22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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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50대 골퍼가 골프장 파3홀에서 친 공이 훅이나 왼쪽 장애물을 맞고 사라졌다. 이 골퍼는 그린 러프 주변을 서성이다 공을 찾지 못하자 또 다른 공을 슬쩍 꺼내 내려놓았다. 속칭 ‘알까기’를 한 것이다. 골퍼는 시야에서 사라진 공을 찾은 마냥 어프로치 샷으로 또 다른 공을 그린의 홀 가까이에 붙였다. 그런데 처음에 쳤던 공이 홀 안에 있는 게 아닌가. 장애물을 맞고 홀 안에 들어온 것이다. 홀인원인 셈이다. 하지만 속임수를 쓴 그 골퍼는 자신이 홀인원을 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었다.

골프 애호가들은 골프를 통해 정직의 미덕을 배운다고 한다. 골프에는 심판이 없기 때문이다. 스코어카드도 원래 스스로 적게 돼 있다. 골프장처럼 정직을 배우고 양심을 키우는 데 안성맞춤인 훈련장도 없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알츠하이머를 앓는다며 재판 출석을 거부할 무렵에 골프를 쳤다고 한다. 캐디가 헷갈리는 골프 스코어도 스스로 암산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이게 사실이면 그가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라도 재판에 못 나올 정도로 위중한 상태는 아닌 듯싶다. 골프를 통해 배웠을 정직을 되새겨 처신하는 게 전직 대통령의 품위다.

jrlee@seoul.co.kr

2019-01-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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