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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균씨 죽음 은폐하려 언론동향부터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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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18-12-13 21:17 사회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서부발전 ‘태안 사고보고서’ 입수

40분 늑장 신고… 중지명령 전까지 컨베이어벨트 돌려
“비정규직의 눈물 닦아주세요” 지난 11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13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태안터미널 앞에서 동시에 열린 가운데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한 여성이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이날 광화문 집회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일반 시민 등 약 500명이 촛불을 들었다. 각 광장에는 분향소도 마련됐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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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의 눈물 닦아주세요”
지난 11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13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태안터미널 앞에서 동시에 열린 가운데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한 여성이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이날 광화문 집회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일반 시민 등 약 500명이 촛불을 들었다. 각 광장에는 분향소도 마련됐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의 죽음을 원청인 서부발전이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서울신문이 13일 확보한 서부발전의 ‘태안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 점검 중 안전사고 보고´에는 ‘언론 동향’ 항목이 있다. 보고서는 지난 11일 오전 사고 발생 이후 서부발전 산업안전부가 작성했다. ‘언론 동향’에는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김씨의 죽음이 보고서 작성 시점까지는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보고서를 본 한 노동자는 “자기 집 앞마당에서 키우던 개가 죽어도 이러진 않을 것”이라면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부발전 관계자는 “(언론 동향은) 사고 보고를 할 때 관행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라면서 “보도를 참조해 몰랐던 사고 내용을 파악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 발전소에서는 김씨 이전에도 11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숨졌으나, 한 번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도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비 작업 중 기계에 머리가 끼여 사망했다. 김씨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촉구하는 팻말을 든 인증사진을 남기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
서부발전이 지난 11일 김씨 사망사고 이후 작성한 보고서. 언론보도 동향 항목에는 ‘없음’으로 표기되어 있다.

▲ 서부발전이 지난 11일 김씨 사망사고 이후 작성한 보고서. 언론보도 동향 항목에는 ‘없음’으로 표기되어 있다.

서부발전은 사고 신고를 40분가량 늦게 해 이 시간에 대책회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조치 내용’ 항목에 오전 3시 50분에 경찰에 신고하고 오전 4시 35분에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에 신고한 것으로 나와 있다.

김씨가 속한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노조 관계자는 “경찰에 접수된 최초 신고는 오전 4시 29분”이라면서 “차이 나는 시간 동안 대책회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동료가 녹취한 내용에 따르면 용역 업체 팀장은 김씨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이슈가 될 수도 있는데, (언론에) 이야기하는 거 조심하라. 무슨 의미인지 알지?”라고 말했다.

서부발전 측은 “사고 소식을 듣고 방제센터에 근무하던 두 명 중 한 명이 현장에 가고 다른 한 명은 방제센터에 있었다”며 “둘은 각각 상대방이 경찰에 신고하는 줄 오해했다”고 해명했다. 사고 직후 서부발전의 가장 큰 관심은 김씨의 죽음이 아니라 고용부가 언제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하느냐였다. 보고서 ‘향후 대책’ 항목에는 “고용부 현장 조사 후 작업중지 명령 해제 여부 결정”만이 적혀 있다. 더욱이 서부발전은 오전 5시 37분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계속 컨베이어벨트를 돌렸다. 신대원 한국발전기술 노조 지부장은 “발전소가 멈출까 봐 용균이가 발견된 컨베이어벨트 옆에 있는 정비 중인 예비벨트를 급히 돌렸다”면서 “노동자의 목숨보다 이익이 먼저였다”고 한탄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8-12-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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