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뇌부 발언, 대북 협상에 청신호…선 남북, 후 북·미 정상회담이 바람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내년 1, 2월 열릴 것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소는 밝히지 않고 “세 곳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월 1일 이후 얼마 안 지나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른 시일 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확인한지 하루 만에 미 수뇌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는 것은 비핵화를 빨리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여 북·미 협상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11월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은 미국이 날짜까지 지정하는 제안을 했으나 대답을 하지 않았던 북한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실질적인 다음 단계”라고 지적했듯 비핵화의 2단계 토대를 놓을 수 있도록 북한은 전향적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북·미 교섭의 최대 난관은 핵 신고 리스트, 핵·미사일 일부 폐기와 제재 완화의 맞교환이다. 북·미 간 신뢰가 공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응하는 대가를 확신하기 전에 북한이 비핵화의 핵심적인 조치를 내놓기는 어렵다. 여전히 북한에 대한 불신이 강한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상당한 양보를 먼저 확인하지 않는 한 제재 완화를 내주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남한의 중재다. 지난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된 직후 판문점에서 약식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1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것처럼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을 통해 북·미 대화의 추동력을 마련하는 게 득책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답방에 관해 “평화정착의 모멘텀”이라는 일치된 인식을 보인 만큼 공은 김 위원장에게 돌아갔다. 김 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서울 답방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으나 지난 6월 이후 북·미 교섭이 정체돼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역시 ‘선 답방, 후 북·미 정상회담’이 자연스럽다.
남북 정상이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미 협상안을 논의한 뒤 우리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전 미국에 전달하는 중재야말로 지금의 북·미 교착 국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13~14일, 18~20일 방남설이 나오고, 청와대에서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시간이 지연돼도 김 위원장이 한 말이 있기에 답방이 연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가급적 연내 방남을 추진해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 시기가 사실상 확정된 이때야말로 남북이 특사단을 교환해 서울 답방에 관한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2018-12-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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