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소득 줄어 빈부격차 악화…낙관론 접고 최저임금 속도 조절해야
당초 올 하반기부터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기초연금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보조금의 확대 덕분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1만 8000원으로 7.0% 감소했다. 1분위 소득은 3분기 연속 7% 이상 급락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은 8.8%나 불어났다. 이 바람에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2배를 기록하며 2007년(5.52)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동반성장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는 없는 이들의 근로소득이 줄고 있어서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22.6%나 줄었다. 1분위 가구의 취업 인원이 지난해 0.83명에서 0.69명으로 16.8% 줄어드는 등 저소득층의 일자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반대로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1.3%나 늘었다. 근로소득의 양극화는 올해 최저임금이 16.9%나 상승한 게 주원인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1분위 등 저소득층은 임시(33.6%)·일용직(16.9%) 등 취약한 일자리에 주로 종사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 일자리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실업률이 올해 3.9%에서 내년 4.0%로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가계부채는 최근 1500조원을 돌파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장밋빛 전망을 되풀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 조선 업종의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근거 없는 낙관론을 반복하다 보면 민심과의 괴리가 커지는 데다 하락하는 경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52.5%까지 떨어진 것도 현 정부가 경제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민심을 반영한다.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쪼그라든다면 포용적 성장이나 소득주도성장론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
곧 출범할 2기 경제팀은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높일 대안을 빠른 시일 안에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OECD 등의 권고대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이 이뤄져야 하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아울러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규제를 과감히 풀어 경기를 되살리는 데 힘써야 한다.
2018-11-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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