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 이상 ‘남의 집 일’로 남겨둘 수 없는 가정폭력

[사설]더 이상 ‘남의 집 일’로 남겨둘 수 없는 가정폭력

입력 2018-10-26 16:03
수정 2018-10-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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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40대 여성이 전 남편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결혼 이후 20여년 간 남편의 폭행을 당했고 이혼한 뒤에도 폭력과 협박을 피해 4년간 6차례나 이사를 다닌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과 충격이 더하다. 세 딸들을 데리고 전 남편을 피해 다니다 결국 목숨을 잃은 사건은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참사나 다름없다.

피해자의 딸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아버지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이니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켜 달라는 글을 올렸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을 내려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오죽했으면 친딸이 그런 절박한 호소를 했을지 그동안 겪었을 폭력의 굴레를 가늠할 만하다.

흉포해지는 가정폭력은 사회적 경각심 부족과 허술한 법 제도 탓이 크다. 가정폭력을 그저 ‘남의 집 일’로 여겨 간섭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데다 신고가 되더라도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가정폭력 사범으로 검거된 16만 4020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1%에도 못미치는 1632명이었다. 보복이 두려워 가족 피해자들이 대부분 처벌을 원치 않는 데다 경찰도 엄중하게 대응하지 않은 결과다.

경찰의 초동 대처에서부터 법원 판결까지 대부분 여성인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부실해도 너무 부실하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 보호 및 유지’를 입법 목적으로 수사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반 폭력 사건이었다면 형사 처벌을 받을 일도 가정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로 접근금지 명령 등의 미약한 처분에 그치기 일쑤다. 가정폭력 사범 기소율은 2014년 13.3%에서 2016년 8.5%로 갈수록 떨어진다. 이번 등촌동 사건의 피의자도 거듭된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고서도 피해자를 계속 위협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찰이 현장의 폭력 상황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을 ‘피해자와 가족의 안전보장’으로 개정해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자는 목소리도 높다.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정폭력 가해자는 처벌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법을 손보는 작업도 국회가 더는 미루지 말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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