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네에 임대주택 들어선다고 ‘게토’와 비교하다니

[사설] 동네에 임대주택 들어선다고 ‘게토’와 비교하다니

입력 2018-09-27 23:08
수정 2018-09-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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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고자 ‘9·21 대책’을 통해 수도권 6곳에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주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 가히 충격적이다. ‘광명시 하안동을 세계 최대 도시 빈민의 게토를 만드는 계획을 중단해 주세요’라는 이 청원에는 “하안동에 영구임대 5400가구를 지어 추후 하안동 주민 2명 중 1명은 도시 빈민으로 구성하고, (중략) 차상위계층 (×)서민으로 구성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슬럼가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게토 아우슈비츠를 연상케 하는 도시계획”이라는 주장이 들어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른 서울이 아닌 수도권 등에 대규모 임대주택 등을 공급해 서울의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발상에 화가 날 수 있다. 한 달 만에 1억원이 올랐다는 등 하루가 다르게 매매호가가 오른다는 서울과 달리 수도권 등에 과도한 집 공급으로 우리 동네 집값은 정체됐거나 하락했는데 택지를 개발해 임대 아파트 폭탄을 떨어뜨린다니 해당 지역 주민의 억하심정은 이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 표현 방식은 정도를 벗어났다. 부끄러움 없이 차별과 혐오를 공개했다. 중세 유대인을 모아 놓고 사회와 격리시킨 곳이 게토이고, 2차 대전 때 이들 유대인을 집단학살한 곳이 아우슈비츠다. 저소득층 등이 거주하는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 등을 게토, 아우슈비츠와 동일시하듯 표현한 것은 심히 유감이다. 또 우리 사회에는 공공 임대 아파트 부족으로 비싼 월세를 부담하는 세입자들이 부지기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청원은 자진 취소해야 마땅하다.

이번에 정부가 개발을 추진하는 서울 옛 성동구치소 부지나 개포동 재건마을, 경기 하안2와 의왕 청계2, 성남 신촌, 시흥 하중, 의정부 우정 등 6곳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 중에는 지역 이기주의도 적지 않지만, 귀담아들을 내용도 없지 않다. 정부는 택지지구 내에 중소형 임대주택은 물론 민영주택도 적절히 배치해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에도 힘쓰길 바란다.

2018-09-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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