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87년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박인근(2016년 사망) 당시 원장 등이 정부 비호 아래 시민 3만 7000여명을 가둬놓고 폭행과 가혹행위, 강제노역, 성폭행 등 온갖 학대를 일삼았던 사건이다. 500여명이 숨졌고 일부 시신은 유족 동의 없이 의대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 나갔다. 생존자들은 그 충격으로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의 주범인 박 원장은 살인과 가혹행위 등에 대해선 재판조차 받지 않았고, 국고지원금 횡령죄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이후 복지원을 건설사에 팔아 수백억원의 시세차익까지 챙겼다.
이처럼 야만적인 사건이 가능했던 것은 수사 외압과 부실 수사, 행정기관의 방조 탓이다. 1987년 수사 검사가 사건 축소 지시를 받은 정황과 부산시가 복지원에 각종 특혜를 준 사실도 밝혀졌다. 국가의 전방위적인 비호 속에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국가범죄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대법원은 이제라도 과거에 놓친 수많은 증거와 재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정치권도 피해자들이 명예회복을 하고 그간의 고통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특별법 통과에 각별히 신경써 주길 바란다. 그게 진상 규명을 외면해 온 과오에 대해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