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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재판거래 진상규명’ 강조에 검찰 수사 물꼬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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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18-09-13 15:30 사회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文, 사법70주년 기념식서 “의혹 반드시 규명…사법부 자정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규명 필요성을 강조하고 김명수 대법원장도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면서 그동안 까다로운 영장 심사 탓에 진척이 더뎠던 검찰 수사가 새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초동 대법원에서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 및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도 이 자리에서 “사법부가 지난 시절의 과오와 완전히 절연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안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현시점에서도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협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두고 사법부가 자체 진상조사를 3번이나 벌이고도 의혹이 오히려 더욱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자 검찰은 지난 6월 관련 고발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에 재배당하고 수사를 본격화했다. 그에 앞서 김 대법원장도 검찰수사에 협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원이 자료 협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검찰수사는 첫 단추부터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검찰은 기획조정실,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등에서 심의관들이 사용한 하드디스크의 임의제출을 요구했지만, 법원행정처는 기획조정실 자료 외에는 제출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드디스크 외에 인사기록과 업무추진비·관용차량 이용 내역, 내부 메신저·이메일 등에 대해서도 임의제출을 거부했다.

자료제출을 둘러싸고 시작한 법원과 검찰 간의 미묘한 갈등은 이후 잇따른 압수수색 영장기각을 두고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다.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경우는 10건 중 1건꼴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죄가 되지 않는다’ 내지 ‘재판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다’ 등의 사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지만, 검찰은 법원이 이전에는 보지 못한 사유로 영장을 기각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사무실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사이 유 전 수석연구관이 증거물이 될 문서들을 파기한 일이 발생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노골적인 수사방해 아니냐’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10일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까지 나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라고 입장을 냈다.

사법부 안에서도 검찰이 과잉수사를 한다는 견해와 재판부가 영장 심사를 신중하지 못하게 했다는 견해가 대치하는 상황이다.

이날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과 김 대법원장이 진상규명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한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갈등 구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수사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하는 방안을 두고 법원행정처가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태도를 바꿔 좀 더 협조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영장재판부의 영장 발부 심사는 문 대통령이나 김 대법원장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변화를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나 ‘사법부를 향한 수사에만 영장 심사의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들이대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어 영장재판부로선 심사의 공정성을 둘러싼 오해가 없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법조인은 “사법부는 오직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만 역할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법조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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