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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고유의 행시, 발가락의 때만큼도 안 여기는 문인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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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18-09-07 21:54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정동희 한국행시문학회장이 말하는 행시의 매력
정동희 한국행시문학회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행시는 한국 고유의 전통 문학”이라고 강조했다.

▲ 정동희 한국행시문학회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행시는 한국 고유의 전통 문학”이라고 강조했다.

“행시를 사람들이 우습게 아는데, 우리 조상이 썼던 고유의 시이자 문학입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대우를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도 내용적으로는 독보적인 장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운이 있는 문학은 행시 밖어 없어 그 가치가 매우 큽니다.”(행시(行詩)는 두 자 이상의 운(韻)을 맞춘 시로, 주로 시구 첫 단어에 운을 맞춘다.)

정동희(68) 한국행시문학회 회장은 “혼탁하고 복잡한 세상을 딱 한 큐에 아우러지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행시의 묘미”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유일의 행시문학 계간지이자 행시인들의 등단 통로인 ‘한행문학’ 34권째 냈다. 또 개인적으로는 2010년부터 해마다 1권의 행시집을 냈다. 영어 행시집까지 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 순수에서 그를 만났다. 붉은 조끼에 모자를 걸친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나왔다고 했다.

- 행시의 매력은.

☞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언어유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묘한 만족을 주지요. 행시를 쓰는 행시인에겐 운과 행을 멋지게 어울리게 해서 거기에 메시지를 담죠. 쓰고 나면 만족감과 성취감, 행복감을 줍니다. 이게 매력이어서 밤새 쓰고 또 씁니다.
정동희 한행문학회장의 대표적 주먹행시.

▲ 정동희 한행문학회장의 대표적 주먹행시.

- 행시를 쓴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 일반인들은 즉석에서 운을 불러줍니다. 보이는 대로 ‘만. 두. 국.’처럼. 그런데 소위 제도권 문학에서는 ‘그게 뭔데···.’ 하는 식으로 이상하게 봅니다. 10년 전에 저는 한울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만, 행시를 발가락에 때만큼도 안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야, 이것 해보니 어렵더라.’는 시인도 있습니다.

- 행시를 접하게 된 계기는.

☞ 행시를 접하기 이전엔 문학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군대에서는 ‘화학 장교’로 약 30년간 생활했습니다. 대령으로 예편하던 2001년, 한일월드컵 개최 1년 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한 행시를 모집하더군요. 거기에 ‘w. o. r. l. d. c. u. p.’이란 알파벳을 이용해 8행시를 응모했는데, 댓글이 굉장하게 달렸습니다. 예편 직후 지방에 있던 회사에 다니면서 인터넷을 배우고 싶어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그때 가입한 인터넷 카페가 ‘인터넷을 즐기는 아름다운 40대’였는데 줄여서 ‘인즐아사’라고 하기에 ‘인.즐.아.사.’와 ‘지.방.서.도. 가.입.되.나.요.’를 두운으로 행시 100여편을 써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카페 회원들이 따라 쓰고 난리 났었지요. 그 뒤 지금까지 행시만 쓰고 있습니다.

- 행시를 잘하면 직장에서 인기가 좋았겠다.

☞ 웬걸. 군대생활 잘하고 있던 내게 모 대기업 회장이 ‘우리 회사에 와서 나 좀 도와다오’라고 해서 그 회사에 갔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이 서툴러 에프엠(FM)대로 처신하다 보니 1년 만에 쫓겨났습니다. 군대에서 동시통역도 하고, 화학장교로서 나름대로 스펙이 좋았는데, 그 회사에서 쫓겨나니 오갈 데가 없더군요. 그래서 행시 쓰는 데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정동희 한행문학회장의 대표적 주먹행시.

▲ 정동희 한행문학회장의 대표적 주먹행시.

- 인터넷 카페 활동도 열심이던데.

☞ 2002년도에 처음으로 행시 전문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행시를 보급하고, 동호인들끼리 소통하자는 취지였죠. 이게 10년이 넘었는데 네티즌이 많이 알고. 여러 행태의 행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많이 하는 삼행시, 가나다라 행시(일명 14행시), 퍼즐행시, 11자 행시, 주먹행시 등등. 카페 활동 초창기에는 겨우 운에 말만 붙이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펄펄 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보다 뛰어난 행시인들 수두룩합니다만 그 밑바탕을 제가 깔았다고 자부합니다.

- 우리 선조들은 행시를 얼마나 즐겼나.

☞ 조선실록에도 행시가 많이 등장합니다.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겐 신행시, 관직을 그만두거나 이별할 때 송행시, 행사나 잔치에서는 증행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하륜, 권근, 한명회 등이 행시를 지었다는 기록도 나옵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선 행시로 말운으로 인재를 뽑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방랑시인 김삿갓도 행시로 전국에 이름을 떨쳤지요. 물론 서양에서도 소네트(sonnet)라는 행시가 있었지요. 이런 걸 보면 행시가 최근 하늘에 뚝 떨어진 게 아니고, 우리 조상이 쭉 해왔던 것입니다.
- 주먹 행시는 무엇인가.

☞ 시가 너무 짧아서 한 주먹에 다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주먹시라고 이름 지어졌습니다. 3행시 17글자로 5-7-5조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여기에 운을 붙여 2009년부터 시를 지으며 ‘주먹 행시’로터 부르고 있습니다. 내가 주먹행시의 효시이지요. 사실 5-7-5조 17글자 단시는 압축과 절제미를 상징하는 일본 하이쿠(俳句)가 연상되지요. 이 하이쿠는 조선시대의 통신사가 일본에 전파한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조선후기 장한종이 편찬한 유머집인 ‘어수신화’에 작시 17자가 등장합니다.

- 이런 유서 깊은 행시가 왜 한국문인협회 등록 안 됐나.

☞ 지금은 힘이 없고, 세력이 약해서 ‘행시 분과 하나 주세요.’해도 기득권인 제도권의 그들은 눈도 끔뻑하지 않습니다. 편협한 사고방식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하고, 독보적인 장르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게 되면 행시분과가 떳떳이 생길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성의 시인이나 시조시인들, 작가들이 행시를 지어보다가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행시는 아무나 쓸 수는 있지만 잘 쓰기는 쉽지 않거든요.
정동희 한행문학회장.

▲ 정동희 한행문학회장.

- 운이 있으면 감정 표현에 어렵지 않나.

☞ 운이라는 제약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이런 제약을 뚫고 나온 작품들 가운데 문학성이 높은 아주 좋은 작품들도 많습니다. 개막한 운에 재치가 번득이는 행시도 많고. 운이 들어 있는데도 일반 시처럼 보이는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도 보입니다.

- 일반인을 위해 행시 짓기 조언을 한다면.

☞ 혼자서 익히기보다는 가능하면 행시동호인들과 함께하는 것을 권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학 하려고 하지 말고, 편안하게 해야 합니다. 운은 쉬운 글자로 하는 게 좋습니다. 두음법칙은 허용하지만, 운을 변형해서는 안 됩니다. 예컨대 ‘녹색’을 ‘록색’으로 바꿔도 무방하지만 ‘로미오’를 ‘노미오’로 해서는 안됩니다. 한 행은 20자 이내로 함축성과 절제미를 살리면 좋습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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