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없는 개혁은 실패로 귀결…보험료 인상 전 내부 개혁 필요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고, 보험료 의무 납부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편 방안에 대한 국민 반발이 거세다. 지난 10일 ‘국민연금 재정계산 위원회’의 안이 나온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폐지’ 등의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급기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제 부랴부랴 입장문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안은) 자문위에 논의되고 있는 사항의 일부일 뿐 정부 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그럼에도 정부가 마련 중인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에는 ‘오른 보험료를 오랫동안 내고, 적게 받는 안’이 담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60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봤는데,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고갈 시기가 2057년으로 앞당겨진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위원회 안 가운데 하나가 20년 동안 묶어 두었던 보험료율을 현재 소득의 9%에서 2028년까지 13%로 높이되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것이다. 앞으로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62세에서 65세로 늦어지는 것에 맞춰 연금 납부도 65세까지 의무화하자는 안도 제시됐다.
국민연금을 이대로 두면 국가재정은 물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연금의 안정성에 매몰돼 국민 생각은 뒷전에 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어렵게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보험료를 65세까지 내라고 하면 국민이 이를 납득할 리 없다. “푼돈 받자고 적금 깨서 보험료 내란 말이냐”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정년과 연금 납부 기간의 괴리와 낮은 소득대체율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가입자에게 부담을 지우기에 앞서 국민연금이 해야 할 일은 자체 개혁이다. 가입자 2200만명에 기금 규모도 635조원으로 세계 3대 연금에 속하지만, 운용기법 등은 그 덩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우리 국민연금의 현주소다. 먼저 낙하산 인사가 아닌 기금운용 전문가를 영입해 수익률을 제고하고, 내부에 비효율이 있다면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연금 개편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차제에 공무원연금과 교원연금 등 다른 연금도 들여다봤으면 한다. 법에 따라 이 연금들은 기금이 고갈되면 국가가 나서서 이를 보조해 주면서 국민연금만 가입자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18-08-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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