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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日, 北과 교류 재개 조건은 ‘납치문제 해결’…北·美 대화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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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18-07-23 01:09 창간 114주년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④ 日, 동북아 경협서 소외될까 조바심

“저기 아래 보이는 니가타 항구에서 바로 13살밖에 안 된 요코타 메구미가 납치됐어요.” 지난 4일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 반다이지마 빌딩 13층 일본 동북아경제연구소(ERINA) 사무실 창문에서 바라본 니가타항은 을씨년스러웠다. 마침 한반도를 비껴간 7호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 탓에 비바람이 몰아쳤기 때문이었을까. ERINA 사무실에서 만난 북한전문가 미무라 미쓰히로 선임 연구위원은 첫 인사를 나누자마자 항구를 가리키며 일본 납치 문제의 상징인 메구미 사건을 대뜸 거론했다.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 항구 전경. 2006년 니가타 입항이 금지될 때까지 만경봉 92호가 일본 니가타시와 북한 원산을 왕래하면서 사람과 물자의 교류를 도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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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 항구 전경. 2006년 니가타 입항이 금지될 때까지 만경봉 92호가 일본 니가타시와 북한 원산을 왕래하면서 사람과 물자의 교류를 도맡았다.

니가타현은 해방 이후 북한과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지만, 납치 문제가 얽혀 일본인과 재일조선인의 복잡미묘한 감정이 뒤섞인 지역이다. 만경봉 92호는 해방 이후 일본 니가타현과 북한 강원도 원산을 왕래하면서 재일조선인들의 북한 송금과 냉장고, 세탁기, 자전거 등 중고 물품 전달을 하는 최대 창구였다. 하지만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이 만경봉 92호의 입항을 금지했다. 북한과 일본의 경제협력도 점차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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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봉 92호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니가타에 사는 일본인들의 납치 문제에 대한 공포감과 반감은 상상 외로 컸다. 미무라 연구위원은 “자기 아들, 딸이 납치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들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이 왜 일본인을 납치했는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인들의 반감과 공포감은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졌다. 지난 4일 니가타시에서 만난 김종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니가타지부 위원장은 니가타 유일의 조총련계 조선학교 교장을 12년 동안 역임했다. 그는 “조선학교는 올해 3월에 중학교 3학년 마지막 학생이 졸업하면서 휴교 상태”라면서 “니가타 납치 문제의 화살이 조선학교 학생들에 대한 폭행과 위협으로 이어져 다들 일본학교로 떠났다”고 전했다.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에 있는 유일한 조총련계 조선학교인 ‘니가타조선초중급학교’. 올해 3월부터 휴교 상태다. 현재 일본학교에 다니는 재일교포들을 위해 주 2회 아동교실을 운영하면서 우리말과 노래를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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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에 있는 유일한 조총련계 조선학교인 ‘니가타조선초중급학교’. 올해 3월부터 휴교 상태다. 현재 일본학교에 다니는 재일교포들을 위해 주 2회 아동교실을 운영하면서 우리말과 노래를 가르쳐 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납치 문제 해결이 동북아 경제협력, 작게는 북·일 교류 재개의 전제 조건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 역시 북·일 교류 재개를 위한 중요 조건이지만, 납치 문제는 일본의 국민정서를 납득시켜야 하는 정치적 사안이다. 지난 2일 도쿄에서 만난 일반재단법인 국제경제교류재단 구사카 가즈마사 회장(전 경제산업성 관료)은 “납치 문제는 일본의 대북제재에 대한 압박 수단이 아니라, 인도주의 차원에서 국민을 지키는 중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1959년부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일본 적십자사가 공동 주관한 ‘재일교포 북송사업’을 기념하기 위한 조국왕래기념관 표지석. 니가타시에 위치한 조국왕래기념관은 조총련 니가타지부 건물과 나란히 서 있었다. 당시 일본의 차별을 이기지 못해 북송선에 탄 사람만 10만여명에 이르고, 일본인 아내도 6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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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9년부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일본 적십자사가 공동 주관한 ‘재일교포 북송사업’을 기념하기 위한 조국왕래기념관 표지석. 니가타시에 위치한 조국왕래기념관은 조총련 니가타지부 건물과 나란히 서 있었다. 당시 일본의 차별을 이기지 못해 북송선에 탄 사람만 10만여명에 이르고, 일본인 아내도 6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 동북아경제연구소 미무라 미쓰히로 선임연구원이 지난 4일 니가타시에 위치한 버드나무 거리(일본식으로는 보토나무 도오리) 표지판 앞에서 니가타와 북한의 교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재일교포들이 북송선을 타기 전 이들의 귀국을 축하하는 의미로 이 거리에 버드나무를 심고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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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동북아경제연구소 미무라 미쓰히로 선임연구원이 지난 4일 니가타시에 위치한 버드나무 거리(일본식으로는 보토나무 도오리) 표지판 앞에서 니가타와 북한의 교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재일교포들이 북송선을 타기 전 이들의 귀국을 축하하는 의미로 이 거리에 버드나무를 심고 갔다고 한다.

그러나 납치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난제다.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납치 피해자는 17명. 북한은 2002년 북·일 평양선언을 계기로 이 가운데 5명을 일본에 돌려보냈다. 나머지 8명은 사망으로 집계했다. 그럼에도 일본이 석연치 않다며 재조사를 요구했으나 북한은 납치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2004년에는 메구미가 1994년 자살했다며 일본으로 유골을 보냈지만 DNA 검사 결과 가짜로 판명 났다. 이에 대해 일본의 주장일 뿐이라는 비난도 있을 만큼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일본은 현재 ‘납치 피해자 전원 귀국’ 방침인 반면, 북한은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일본 정부는 물론 북한조차도 납치 피해자들의 정확한 현황을 모른다는 것이다. 조총련 니가타지부 김 위원장은 “일본이 주장하는 납치 피해자들 가운데 일반 행방불명자도 있을 수 있어 100% 해결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쥬인 아츠시 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아베 신조 총리가 전원 귀국 방침을 관철할지, 한 사람이라도 귀국하는 것을 우선할지는 어려운 판단”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금전적 지원 규모가 거액이 되면 여론의 환영 무드도 식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등 강경압박 대응 방침을 고수해 왔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미국이 북한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일본 정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무라 연구위원은 “일본의 상사들은 미국과의 거래에서 커다란 이익이 있기 때문에, 다 버리고 북한과 거래하겠다는 회사는 없다”면서도 “북·미 관계가 좋아지면 일본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 경제협력 논의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재팬 패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도쿄에서 만난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에 있는 외교정책연구소의 미야케 구니히코 대표(전 외무성 관료)는 “일본이 한국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고 관여하지도 않았기에 미국, 중국, 한국 등과 입장 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미국이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동북아 경협에서 북한에 대한 일본의 지원을 위한 관계정상화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정권은 향후 납치 문제 해결을 전제 조건으로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평양선언에 따르면, 북한과 일본은 양국이 재산청구권을 포기하고 국교 정상화 이후 다양한 형태의 경제협력을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사 보상을 위한 대일청구권으로 100억 달러 내지 300억 달러의 보상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공산당 도시오 우에키 홍보부장은 “동북아시아가 평화 무드로 가고 있는데 일본만 동떨어져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본이 식민지 시대의 한반도 지배를 진짜 반성한다면 경제협력과 배상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사진 도쿄·니가타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8-07-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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