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비즈니스 전공해 우수논문상까지…“돈 벌어서 기부하고파”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은데 자식한테 손 벌릴 수는 없잖아요. 돈 벌어서 기부하려고 석사학위에 도전했어요.”우 씨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서 열리는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특수대학원 실버비즈니스전공 석사학위를 받는다.
2014년 85세 나이로 숙대 대학원에 입학해 국내 최고령 석사과정생으로 알려졌던 그는 이날 7학기 만에 졸업하게 됐다.
1929년 서울에서 태어난 우 씨는 일생 대부분을 시부모를 모시면서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우 씨는 2012년께 남편과 사별하면서 ‘제2의 인생’을 꿈꿨고 ‘남은 생은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기부할 돈을 자식에게 달라고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적은 돈이라도 직접 벌어야겠다고 결심해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다.
그의 학구열은 ‘박사 가족들’의 영향인 것 같다고 숙명여대 관계자는 귀띔했다.
숙대에 따르면 우 씨 친오빠 우제린 씨는 서울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고 한다.
또 우 씨의 사위는 한양대 이영무 총장이다. 이 총장은 2015년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네이처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는 학구파로 유명하다.
우 씨 지도교수인 김숙응 교수는 “고령에도 수업 때마다 8시간가량을 꼿꼿이 앉아 있으시고 필기도 열심히 하셔서 정말 놀랐다”면서 “젊은 친구들보다 더 큰 열정과 뚜렷한 목표가 있으셨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 씨는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석사논문 ‘실버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인지연령에 따른 의류점포선택요인에 관한 연구’로 우수논문상도 받을 예정이다.
우 씨의 다음 목표는 ‘실버 패션’ 전문 디자이너다.
우 씨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데 노년층을 대상으로 패션이 다양하지 못해 아쉬웠다”면서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팔아 노년층에 다양한 패션을 제공하고, 번 돈으로 기부도 하면서 건강이 닿는 데까지 일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