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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단추’ 언급…대미 압박·핵무기 배치 시사

김정은 ‘핵단추’ 언급…대미 압박·핵무기 배치 시사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01 13:54
업데이트 2018-01-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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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서 “美본토 전역 핵타격 사정권…핵단추 책상 위에 놓여” 주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핵 단추’를 언급한 것은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과 함께 핵무기 실전 배치를 시사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미국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면서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단추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 가방’과 같은 핵무기 발사 장치를 말하며, 김정은이 대외에 공개된 육성으로 ‘핵 단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작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다면서 ‘국가핵무력 완성’을 주장했다. 핵무력 완성은 핵무기 개발에 이어 이를 ICBM에 탑재해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통상 의미한다.

김정은은 이날 신년사에서도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성취”를 지난해 쟁취한 특출한 성과로 꼽았다. 여기에 더해 구체적으로 핵 단추를 언급한 것은 언제든 미국을 향해 핵탄두 탑재 ICBM을 쏠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에 압박을 가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500∼600㎏가량으로 소형화했는지는 아직도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한미는 머지않아 소형화를 이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탄두 대기권 재진입과 종말 유도기술 등 ICBM의 핵심기술도 아직 완성하지 못했지만, 이번 화성-15형의 진전 등으로 미뤄 최소 연내에는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한미 군 당국의 평가이다.

한미는 북한이 탄두중량 1t 이상 규모의 핵무기는 이미 개발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중량의 핵무기는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 핵탄두가 탑재된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은 실전 배치 수준일 것이란 분석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앞으로 ICBM급 ‘화성-15’, 중장거리(IRBM)급 ‘화성-12’의 표준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이미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면서 “또한 적들의 핵전쟁 책동에 대처한 즉시적인 핵반격 작전태세를 항상 유지하도록 하여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핵무기를 발사하는 장치까지 거론하는 것은 대미 압박뿐 아니라 핵무기를 실전배치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새해에도 내부적으로는 핵무기 장거리 운반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외부 정세 변동에 따라 이 능력을 시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책상 위에 핵 단추가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자신이 북한의 핵무기 통제 권한을 확실히 쥐고 있으며 그 권한을 행사하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을 안팎에 과시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김정은이 언급한 핵 단추는 넓은 의미로 ‘핵 가방’(nuclear football 또는 nuclear briefcase로 불림)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 대통령의 핵 가방은 ‘체게트’로도 불린다. 그러나 핵 단추는 좀 더 범위를 좁히면 핵무기 발사명령 인증코드가 담긴 보안카드인 ‘비스킷(biscuit)’에 가깝다.

핵무기를 운용하는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은 평소 집무실 일정한 공간에 무게 20㎏의 핵 가방을 두지만, 국외 순방이나 집무실을 비울 때 그를 수행하는 군사보좌관이 핵 가방을 들고 다닌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은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등 수뇌부와 긴급회의를 통해 핵 공격을 결심하면 핵 가방을 열고 비스킷의 인증코드를 입력한다. 대통령의 인증코드가 입력되면 되돌릴 방법이 없으므로 사실상 핵 단추와 같다.

핵 가방 안에는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빨간 단추나 망막 스캐너는 없으며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핵 공격 옵션이 적혀 있는 문서철(블랙북)과 비스킷 입력 시스템, 안전 벙커 리스트와 행동지침(마닐라 폴더)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은 “핵 공격에 대한 반격은 15분이면 충분하며, 대통령이 발사를 명령하는 순간부터 첫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사일로를 벗어나는 데는 대략 4분이 걸린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실전 배치했다면 김정은의 군사보좌관도 핵 가방을 휴대하고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김정은의 대외 공개 사진이나 영상에서 핵 가방은 포착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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