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연기는 美 선수단 안전에 직결… 정점 향한 대치 풀 기회, 北 결단을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연기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개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이고 평화적인 개최를 위해 당연하지만 어렵게 내린 결심이다. 11월 유엔 총회에서 평창올림픽 기간 중 전 세계가 분쟁을 멈추고 휴전하자는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우리다. 휴전 결의안을 채택하는 유엔 총회에 참석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의 김연아는 “남북한 사이의 얼어붙은 국경을 뛰어넘어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면서 “평창올림픽은 평화와 인류애라는 올림픽 정신을 전 세계인들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일시 중지는 평창올림픽의 안전한 개최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 유사시 증파되는 미군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전개를 위해 매년 3월 실시해 온 키리졸브훈련, 같은 기간에 열리는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은 동계올림픽(2월9~25일)과는 관계 없으나 패럴림픽(3월9~18일)과는 일정이 겹친다. 이들 훈련이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비하는 방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지구촌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개최하는 것은 북한의 긴장을 높여 도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훈련 연기를 미국에 제안한 지 다소 시간이 경과됐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세계 전략 속에 포함돼 있어 훈련 일정을 뒤로 미루는 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빠른 시일 안에 우리의 제안에 화답을 하고 한·미가 동시에 군사훈련 연기를 선언하면 좋을 것이다. 미국도 자국 선수단의 참가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미국에서 미사일의 완성도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재차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가 군사훈련 일시 중단을 선언하더라도 올림픽 개최 전에 도발하면 긴장이 고조되고 모처럼의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청와대도 “북한의 추가 도발은 연합훈련 연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북한 핵·미사일 완성 시점인 레드라인을 내년 3월로 보고 있어 북·미의 강대강 대치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북한의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뜻하는 ‘쌍중단’을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 이뤄 낸다면 북핵 문제를 푸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지금의 고강도 제재 국면에서 도발 중단과 올림픽 참가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외교적 해결’ 호소가 실현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북·미 대화의 입구라고 생각하고 김정은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2017-12-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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