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변혁기 바이오 등 육성 맞지만 구체적 일자리 창출 방안 언급 없어
정부가 5대 신(新)산업을 육성해 2022년까지 일자리 3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외견상 그럴싸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보고한 ‘산업정책 방향’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신산업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중견기업을 성장의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에서 중견·중소기업과 상생 발전하는 쪽으로 산업정책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대기업에만 신사업 선점 기회를 주지 않고, 지역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풀뿌리 성장 기반을 닦겠다는 뜻이어서 주목할 만하다.정부는 신산업을 전기·자율주행차와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헬스, 반도체·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 등 5개 범주로 명시해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산업 전반에 대해 다루기보다 국민 체감도가 높은 몇몇 특정 산업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산업 대변혁기에 맞춰 국내 산업정책의 일대 전환을 꾀하고 나선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각론을 살펴보면 새 정부의 첫 산업정책치고는 짜임새와 알맹이가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큰 그림을 뒷받침할 만한 세부 계획과 구체적 방법론이 보이지 않는다. 중소기업 등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처럼 세계시장 1위를 지키는 산업은 중국 등 후발국과의 격차를 5년 이상 벌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이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인가. 한국과 중국의 산업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반도체는 1~2년 뒤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업계에 팽배하다. 내년 중국의 반도체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웃돌면서 올해보다 20% 가까이 성장할 것이란 점을 우리 정부 당국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5년간 1위 자리를 어떻게 ‘수성’할 것이란 구체적 방책을 쏙 빼놓은 것은 그만큼 현실을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신산업에는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 바이오·헬스 산업은 아직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은 기술이 대부분이어서 중소·중견기업의 참여를 보장한 것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이 산업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은 찾아볼 길이 없다. 일자리 30만개 창출이라는 거대 목표만 제시했을 뿐이다. 조선업 등 주력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청사진을 담지 못한 것 또한 아쉽다. 규제 완화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도 지적받아 마땅하다. 국무조정실에 규제개선팀을 두고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 정도다. 중소·중견기업들에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일을 떠넘기는 것은 책임 방기다. 정부는 내년 1분기까지 업종별·기능별로 세부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하지만 시기는 앞당길수록 좋다. 실행 방안이 뚜렷하지 못하면 아무리 그림이 휼륭하더러도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2017-12-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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