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돈 주는 최저임금, 연착륙 방안 더 고민해야

[사설] 나랏돈 주는 최저임금, 연착륙 방안 더 고민해야

입력 2017-11-09 21:06
수정 2017-11-0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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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영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300만명에게 3조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계획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한 7530원으로 결정하자 최근 5년간 인상률 평균인 7.4%를 넘는 인상분을 재정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포함해 점검해 왔다.

정부가 한시적으로나마 나랏돈으로 민간기업의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하기로 한 것은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당장 곤란을 겪게 된 영세 사업주들의 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현실화한 최저임금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영세 업체들로선 외려 일자리를 줄이거나 없애는 역효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유예할 기간을 적어도 1년은 두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어제 발표된 시행계획안에서는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업종별로 예외를 두고, 고용보험 가입자로 대상을 제한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정부 지원의 효과를 최대한 늘리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가령 30인 이상 사업장이라도 해고 가능성이 큰 아파트 경비·청소원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반면 외국인이나 초단시간 노동자 등 법적으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는 미가입자라도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일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데 따른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우려가 있다.

내년 이후의 정책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상황과 경제·재정 여건을 고려해 사업 연장 여부를 내년 하반기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매년 15% 이상 올려야 하는데 정부 지원이 1년으로 끝난다면 말짱 헛일 아니냐는 비판이 벌써 나온다. 국회 예산 심의에서 정부의 원안대로 통과될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인건비 상승을 충당할 만큼 중소·영세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책을 정부가 더 고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연착륙을 위한 마중물이 아니라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2017-11-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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