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이 볼모로 혈세 퍼달라는 사립 유치원의 생떼

[사설] 아이 볼모로 혈세 퍼달라는 사립 유치원의 생떼

입력 2017-09-11 22:44
수정 2017-09-1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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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립 유치원들이 집단 휴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오는 18일과 25~29일 두 차례에 걸쳐 엿새 동안 문을 닫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부가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하겠다고 하니 집단 휴원의 강경 카드를 꺼내 반발하는 것이다. 당장 학부모들은 발을 구른다. 생떼도 유분수지 무슨 이런 일을 벌이는가 싶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집단 휴업을 하겠다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을 폐기하라는 것이다. 그게 안 된다면 국공립 유치원과 똑같이 재정 지원을 해 달라는 요구다. 그러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돼 폐업이 속출할 거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비율을 현재의 24%에서 40%까지 늘릴 방침이다. 국공립 유치원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원비가 저렴하면서도 보육 및 교육 환경은 훨씬 좋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런데, 한유총의 주장에 동의할 학부모가 얼마나 있겠는가. 인터넷에서는 “사립 유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왜 혈세를 퍼부어야 하느냐”는 지탄이 높다.

국공립과 경쟁하려면 사립 유치원들은 걱정스러울 수는 있다. 국공립에는 원아 한 사람에게 매월 98만원, 사립에는 29만원이 지원된다는 것이 한유총의 불만이다. 아무리 교육기관이라지만 개인의 사업처에 국공립과 같은 세금을 지원해 달라는 논리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국공립 지원금은 시설비, 교사 인건비 등 운영 전반의 예산을 합친 액수다. 단순 비교는 억지 수준이다.

명분 없는 휴업은 스스로의 입지만 좁힐 뿐이다. 내일 한꺼번에 국공립 유치원이 확대되는 것도 아니다. 부모들이 사립 유치원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부터 자성해야 한다. 교육청의 특정감사에서는 정부 지원금으로 원장들이 외제차나 타고 다니는 횡령 등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되는 현실이다. 맡겨 놓은 돈처럼 혈세를 요구하기 이전에 최소한의 회계 투명성부터 먼저 확보하는 게 순서다. 시간을 갖고 정부와 대화로 타협점을 찾아도 늦지 않다.

교육부는 아이들을 방패 삼아 불법 휴업을 밀어붙이는 유치원들에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국공립 유치원 확대는 선진국들의 추세이며, 부모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책이다. 정책 의지가 꺾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17-09-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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