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졸속 수능개편 유예… 절대평가 집착 말고 재논의를

[사설] 졸속 수능개편 유예… 절대평가 집착 말고 재논의를

입력 2017-08-31 22:56
수정 2017-09-0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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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어제 최종 결정했다. 수능 절대평가가 핵심인 두 가지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반대 여론에 백기를 든 셈이다.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유예 배경을 밝혔다. 수능 4개 과목 또는 전 과목 절대평가를 상정했던 이번 개편안은 일단 ‘없던 일’이 됐다. 졸속 개편을 강행하지 않은 것은 어쨌거나 다행이다.

정부는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내년 8월 수능 개편안을 다시 내놓기로 했다. 현재 중 2학년생부터 적용될 내년 개편안에는 고교 학점제, 성취평가제 등 고교 교육 정상화 방안도 함께 묶어 내놓겠다고도 했다. 이로써 중 3교실은 당장 직격탄은 피했다. 갑작스런 절대평가의 확대로 가뜩이나 복잡해진 대학 입시가 얼마나 더 혼란스러울지 상상만으로도 아찔했을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이다. 1, 2점에 매달리는 무한경쟁 방식으로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런 정책 방향이 틀렸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선의의 목표에 과정의 불합리와 불평등이 심화될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수능 절대평가로 변별력을 잃으면 교과 내신성적 경쟁은 그만큼 더 치열해진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반영 비율 역시 비례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 비교과 활동으로 개인 스펙을 쌓아 ‘장식’한 학생부가 입시의 관건이 된다면 부모의 관심과 경제력이 곧 학생의 능력이 된다. 확대일로인 학종 전형이 가뜩이나 금수저 전형으로 지탄받고 있다. 이런 현실을 모른 척하며 이상만 좇는 공약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여론의 저항은 갈수록 커졌을 것이다.

정부는 1년 시간을 벌었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다. 내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입시안을 또 들고나왔다가는 중 2 교실로 폭탄 돌리기만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이미 학교 현장의 혼돈은 심각하다. 중 3은 고교 교과 과정과 수능 과목이 엇갈려 학습 부담이 더 늘었고, 중 2는 하루아침에 어떻게 개편될지 모르는 오리무중 입시의 날벼락을 맞았다. 내지르기 정책에 왜 어린 학생들이 혼란을 바가지로 뒤집어써야 하는지 딱할 뿐이다.

이왕에 다시 시작하는 논의에서는 절대평가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개편 논란에서는 불공정 학종 전형을 축소하고 차라리 정시를 확대하라는 요구가 참았던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교육 현장의 실제 온도가 어떤지는 교육부가 더 잘 알게 됐을 것이다.
2017-09-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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