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운영, 위원회 아닌 정부 부처가 주도해야

[사설] 국정 운영, 위원회 아닌 정부 부처가 주도해야

입력 2017-07-27 17:46
수정 2017-07-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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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소통행정’ 나쁜 것 아니지만 정부 책임 행정에 더 큰 무게 실어야

새 정부 들어 각종 위원회가 속속 출범하고 있다. 어느 정부나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춰 위원회를 만들어 왔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우는 좀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과거 정부의 위원회는 그야말로 행정부의 자문기구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 위원회의 위상은 정책 결정을 하는 정부 부처보다 높아 보인다. 최근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 출범에서 보듯 중요한 국가 정책이 위원회 중심으로 결정되는 구조다. 국정 운영이 정부 부처가 아닌 위원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행정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정부 부처가 돼야 한다. 그것이 책임 총리, 책임 장관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것을 보면 원전 정책과 같은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마저 위원회가 맡았다. 법적 구속력 논란마저 낳고 있는 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과연 국민이 받아들일지 걱정이다.

각 부처가 열심히 챙겨야 할 국정 과제도 위원회 몫이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가 마련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핵심 국정 과제인 일자리 문제는 이미 문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일자리위원회가 주도하면서 기획재정부나 고용노동부는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 저출산 문제, 4차 산업혁명, 지방분권 등도 대통령 직속위원회 7군데에서 집중적으로 챙긴다. 앞으로 100대 국정 과제 추진을 위해 10여개 위원회가 더 신설된다. 기존의 위원회까지 더하면 과거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불린 참여정부의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독단적인 정책 결정을 하지 않고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소통 행정’을 한다는 점에서 위원회 운영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민간 전문가들이 관료적 발상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으로 정책을 바라보고 해법을 제시한다면 정책의 완성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위원회가 제 역할을 잘 수행했을 경우다. 역대 정부 위원회의 유명무실했던 활동을 보면 이런 큰 기대를 하기가 난망한 것도 사실이다.

과거 대다수 위원회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맞춤형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절차적 도구로 쓰였다는 얘기다. 공론화위원회도 모범 답안을 내려놓고 명분과 모양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위원회 중심 국정 운영은 자칫 관료들과 마찰이나 갈등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된다. 정권과 같은 생각을 하는 외부 인사들로 포진된 위원회가 강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걸거나 일자리위원회처럼 부처의 고유 업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옥상옥’으로 정부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위원회를 통한 다양한 의견 수렴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의 책임 행정이다.

2017-07-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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