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을’ 가맹점이 분노할 권리를 주는 게 상생

[사설] ‘을’ 가맹점이 분노할 권리를 주는 게 상생

입력 2017-07-10 23:34
수정 2017-07-1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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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기간 가맹사업법 위반 사건은 1045건이었으나 검찰 고발 사례는 2건뿐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이 자료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 크다. 가맹본부의 횡포를 잊을 새도 없이 듣고 있는 마당이다. 검찰 고발 사례가 이 정도에 불과하다면 공정위는 화살을 비켜 갈 수 없다. 가맹본부의 갑질에 그만큼 솜방망이만 두들겼다는 얘기다.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가맹본부의 횡포가 다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본부의 크고 작은 부당 행위에 가맹점주들이 속앓이만 하거나, 어렵사리 분쟁을 하더라도 바위에 계란 치기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고발은커녕 과징금 제재를 받은 업체도 단 한 곳에 불과했다.

가맹점은 퇴직자들에게는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는 생업 현장이다. 창업 노하우가 부족하니 본사의 관리 시스템에 의지하는 대가로 영세한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요구를 거의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환경을 악용한 사례들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니 심각한 문제다. 올해 상반기 가맹거래 관련 분쟁은 1년 전보다 무려 52%나 늘었다. ‘을’인 영세 가맹점주들의 하소연이 이렇게 급증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더 늦출 수가 없는 것이다.

가맹사업법의 형사처벌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게 당장 쉽지 않다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는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다. 물론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누구나 고발할 수 있으니 기업들이 줄 소송에 시달릴 거라는 우려가 크다. 그렇더라도 그것이 경제적 약자의 눈물을 언제까지 무시해도 되는 이유일 수는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의 조사 체계를 혁신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축소의 의지도 이미 내비쳤다. 대기업과 가맹본부의 갑질을 웬만하면 한눈 감아 준 공정위의 처벌 관행은 명백한 개혁 대상이다. 제도 보완만큼 시급한 작업은 공정위 내부에서 선행돼야 한다. 기업체, 로펌 등과 결탁하는 공정위 퇴직자들의 ‘전관예우’부터 털어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솜방망이 처벌 관행은 뿌리 뽑히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이제 알 만한 국민은 다 알고 있다.
2017-07-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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