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사진의 거장 앙드레 케르테츠 사진전
일기를 쓰듯 순간의 감성 담아내…뚜렷한 명암대비·기하학적 화면실험 정신 보여주는 왜곡 시리즈…헝가리·파리·뉴욕 시기로 나눠 “사진만이 나의 유일한 언어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진으로 일기를 쓰듯 순간의 감성을 진솔하게 담아냈던 앙드레 케르테츠(1894~1895). 앙리 카르티에 프레송, 브라사이, 로버트 카파 등 사진의 거장들로부터 존경받으며 사진 매체의 잠재적 표현 가능성을 끊임없이 연구했던 모더니즘 사진의 거장 케르테츠의 작품 세계를 보여 주는 전시회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케르테츠는 독학으로 사진을 익혔다. 부다페스트에서 활동을 시작한 뒤 20세기 초반 프랑스 파리로 옮겨 그곳에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고 이를 발판으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별세할 때까지 활동했다. 케르테츠는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84년 10만점의 원판 필름과 1만 5000점의 컬러 슬라이드 소장본을 프랑스 문화부에 기증했다. 이번 전시는 그 원판으로 인화한 모던 프린트 189점으로 구성됐다. 그의 실험정신을 보여 주는 ‘왜곡’ 시리즈는 슬라이드 필름과 영상물로 전시장에 설치됐다.
케르테츠는 예술사진과 현장 사진, 아방가르드적인 표현과 감수성이 넘치는 시적인 표현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적절한 빛이 적절한 실루엣을 적절한 순간에 비추는 것’을 잡아내는 능력 덕분에 뚜렷한 명암 대비와 기하학적인 화면 구성, 리듬감이 살아 있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었다. 전시는 70여년간 활동한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을 헝가리(1912~1925), 파리(1925~1936), 뉴욕(1936~1985)시기로 나눠 보여 준다.
헝가리 시기에서는 1912년 카메라를 처음 장만한 케르테츠가 동생과 연인 엘리자벳 등 가족과 이웃을 촬영한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휴머니즘적 감수성, 목가적인 분위기와 동시에 아방가르드적인 실험성의 전조가 드러난다. ‘수영하는 사람’(1917)은 하이 앵글의 카메라 시점과 대각선 구도,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순간에 포착한 실험성 높은 작품으로 1933년 시작한 ‘왜곡’ 시리즈의 전조를 알리고 있다.

▲ ‘몬드리안의 집에서’(1926)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