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막판 후보들의 막말, 유권자 두렵지 않나

[사설] 대선 막판 후보들의 막말, 유권자 두렵지 않나

입력 2017-05-01 21:04
수정 2017-05-0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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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후보들의 거친 언어가 도를 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그제 충남 공주 유세에서 “그렇게 색깔론, 종북몰이를 하는데도 저 문제인 지지도 갈수록 오르고 있다”며 “이제 국민들도 속지 않는다 이×들아”라고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지난달 29일 경남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집 앞에서 물러나라고 데모를 하지 않나, (경상남도) 빚 다 없애 주고 50년 먹고살 것 마련해 주고, 청렴도 꼴등을 1등으로 만들고 나왔는데 퇴임하는 날 소금을 뿌리지 않나”라며 “에라, 이 도둑놈들의 ××들이 말이야”라고 시민단체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홍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나는 내 성질대로 산다”면서 “성질대로 하고 안 되면 집에 가면 된다”고까지 했다.

물론 후보들이 듣기조차 민망한 욕설과 막말을 퍼붓는 데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쏟아진 억측과 왜곡에 대한 반발이자 항거의 표시일 수 있다. 또 이런 ‘노이즈 마케팅’이 지지층을 흥분시키고 단단하게 묶어 주는 촉매로 판단하고 선거운동 전략 차원의 의도된 언어행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보들의 막말에 가까운 언어는 어느 정도의 약발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국가지도자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을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행태는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고 정치혐오증만 한층 가중시킬 뿐이다.

더더욱 염려되는 것은 후보들의 막말이 막말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를 위한 구두선에 그칠지라도 언어는 그 사람의 됨됨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할 때 지도자의 언어는 곧 통치행위다. 단순한 개인 의사 전달 행위가 아니라 향후 국정 운영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인 것이다. 적폐 세력이든 좌파든 좌우를 확실하게 가르는 분열적 언어를 통해 어찌 국민과의 소통과 통합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투표까지 7일밖에 남지 않았다. 저녁에는 마지막 6차 TV토론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유세나 토론 과정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저급한 말들이 쏟아졌던 게 사실이다. 적어도 미래를 이끌 지도자가 되기 위해 나섰다면 자질을 의심케 하는 언행을 삼가고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않는다면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2017-05-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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