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탄 참사 막을 ‘경보방송法’ 있었는데… 알리지도 않은 경기도

[단독] 동탄 참사 막을 ‘경보방송法’ 있었는데… 알리지도 않은 경기도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17-02-06 22:22
수정 2017-02-07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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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물 경보 책임자 지정 등 민방위 기본법 지난달 시행

道 “해당 시설에 공문 못 보내”
전체 571곳 중 18곳만 접수
‘탄핵정국’ 행정 오작동 지적


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대형상점 등 다중이용 건물 관리자가 경보방송을 하도록 정부가 법까지 개정했으나, 후속 조치가 진행되지 않아 ‘동탄 화재 사고’ 같은 비극이 발생한 사실이 서울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탄핵 정국’ 등으로 행정사무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사례로 지적할 수 있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정부는 민방위 경보를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잘 들을 수 없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자, 건물 내부에도 경보가 신속히 전달되도록 민방위기본법을 지난해 12월 개정했다. 시행은 한 달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달 28일부터였다. 개정법은 대상 건물을 버스 및 여객선 터미널, 철도역 등 운수시설, 3000㎡ 이상 쇼핑몰·대형마트·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 7개 이상 상영관이 있는 복합영화관 등으로 지정했다. 경기도에는 571개 대상 시설이 있다. 개정안에서 시설관리자들은 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대피 유도방법, 대피소 위치 현황, 시설 현황, 대피 절차 등이 포함된 민방위 경보 전파계획을 수립하고 전파 책임자는 민방위 경보를 신속히 건물 안 사람들에게도 전파해야 한다. 또 경보 전파 책임자를 지정해 관련 신고서를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신문 취재결과 경기도는 민방위 기본법 개정안의 의무대상 시설에 이런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그 결과 ‘경보 전파 책임자 지정 신고서’ 등은 18곳에서만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다중이용시설 571개 건물의 3.2%에 불과했다. 지난 4일 4명이 화재로 사망한 동탄 메타폴리스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개정안에 언제까지 신고서 등을 제출해야 하고 어떤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지 구체적 내용이 없어 해당 시설에 보낼 공문을 보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민방위기본법 개정안 시행과 관련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동탄 메타폴리스쇼핑몰 상가 관리업체가 매장공사로 경보기가 오작동한다면 대피 과정에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화재 발생 3일 전인 지난 1일 화재경보기와 유도등, 스프링클러 작동을 정지시켜 놓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업체가 화재 발생 직후에 재작동시켰으니, 해당 건물은 무방비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초현대식 주상복합건물이 최근 화재가 난 대구 서문시장이나 전남 여수수산시장 등 전통시장보다 수준이 떨어진 화재 관리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두 시장은 화재가 발생하자 경보기가 울리고 스프링클러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7-02-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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