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일왕퇴위, 전문가 과반 “찬성”…법제화방식 놓고 일왕-정부 이견

일왕퇴위, 전문가 과반 “찬성”…법제화방식 놓고 일왕-정부 이견

입력 2016-12-01 11:20
업데이트 2016-12-01 11:2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전문가 공청회, 찬성 9:반대 7…찬성파 중 ‘특별법 제정’vs‘전범 개정’ 팽팽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생전퇴위 문제를 논의한 전문가 공청회에서 양위에 긍정적인 의견이 우세햇던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은 생전퇴위 문제를 다루는 모임인 ‘천황(일왕)의 공무 부담 경감 등에 관한 유식자(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 16명 중 9명이 퇴위에 찬성해 반대 혹은 신중론을 펼친 7명보다 많았다고 1일 보도했다.

이 회의는 일본 정부가 헌법과 역사, ‘황실전범’(皇室典範) 전문가 등으로부터 일왕 생전퇴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만든 자리로, 10월17일~11월30일 모두 3차례에 걸쳐 열렸다.

도코로 이사오(所功·74) 교토(京都)대 명예교수, 후루카와 다카히사(古川隆久·54) 일본대 교수, 와타나베 쇼이치(渡部昇一) 조치(上智)대 명예교수,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 이시하라 노부오(石原信雄) 전 관방장관 등이 참석했다.

양위 반대파는 “자유의사에 의한 퇴위를 인정하면 후대의 즉위 거부와 단기간 즉위 후 퇴위도 인정해야 한다. 현 일왕과 전 일왕이 공존하면 혼란스럽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반면 생전퇴위에 찬성하는 쪽은 “사망할 때까지 일왕 자리를 지켜야 하는 현재의 제도는 가혹하다”는 취지로 아키히토 일왕의 의사를 존중하자는 의견을 냈다.

일본의 왕위계승 방식이 담긴 현행 ‘황실전범(皇室典範)’에는 왕이 사망할 경우 왕위계승 1순위자가 즉위하도록만 돼 있을 뿐 생존해 있는 왕이 퇴진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이에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8월 “차츰 진행되는 신체의 쇠약을 생각할 때 지금까지처럼 몸과 마음을 다해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생전퇴위 의사를 표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왕 퇴위에 대한 찬성론이 반대론에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일본의 일반 대중 사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 8월 NHK의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생전퇴위를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84%나 됐다.

일왕의 생전퇴위 문제에 대해서는 허용할 경우 특별법을 제정해 아키히토 일왕에만 퇴위를 인정할지, 황실전범 자체를 개정하는 항구적인 법제화로 향후에도 영향을 미치게 할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일본 정부와 여당 자민당은 전범을 개정하면 논의에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특별법을 제정해 ‘속전속결’로 결론을 맺자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생전퇴위 문제가 오래 시간을 끄는 것이 정부·여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왕의 지난 8월 발언이 나오자 아베 총리의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했던 아키히토 일왕이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퇴위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생전퇴위와 관련한 법 정비 과정에서 개헌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아베 총리는 일왕의 발표 직후 “(이 문제를) 조용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민진당 등 야권은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황실전범을 개정해야 항구적인 제도 변경이 가능하다며 정부의 의도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아키히토 일왕이 자신의 죽마고우를 통해 전범 개정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전해 정부와 입장 차이를 명확히 해 주목된다.

4살 때부터 아키히토 일왕의 친구인 아카시 모토쓰구(明石元紹·82)씨는 유식자 회의 마지막 날인 30일 “하키히토 일왕이 생존 퇴위 희망을 공식 발표하기 전인 지난 7월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장래를 포함해 양위(퇴위)가 가능한 제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왕은 전화통화에서 일각에서 제안하는 ‘섭정(攝政)’에 대해서도 쇼와(昭和) 천황(일왕)이 다이쇼(大正) 천황의 섭정을 받았던 예를 들며 “쇼와 천황파와 다이쇼 천황파의 두 파가 생겨 의견 대립이 있었다. 섭정에 찬성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일본에서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섭정을 통한 일왕의 2선 후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과거사를 부정하는 아베 총리와 차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침 같은 날 싱가포르의 토니 탄 켕 얌(76)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일왕은 “이전 전쟁 시에 싱가포르에서 많은 사람들이 귀중한 생명을 잃거나 다양한 고난을 겪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군은 2차대전 중 싱가포르에서 수천~수만명의 화교를 살해한 ‘화교 학살사건’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