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주민 모두 광복의 기쁨 누리게 北 정권 고립의 길 대신 대화 택하길
어제는 제71주년 광복절이었다. 일제에 빼앗겼던 국권을 되찾은 지 어언 71년이 됐지만,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광복의 감격을 누렸던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게 엄혹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남북 간 분단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한 광복은 미완성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측에 “한반도 통일시대를 여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을 법하다. 우리는 북한 당국이 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통일로 가는 기회의 창을 함께 열어젖히길 간곡히 권고한다. 그 길이 남북으로 흩어진 한민족이 광복의 기쁨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지름길인 까닭이다. 대한제국이 국권을 상실한 근인(根因)이 뭐겠나. 세계 열강이 이 땅에서 각축전을 펴는 동안 국력을 키울 생각은 않고 외세에 기대 생존을 도모하려 했기 때문이다.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대 강국이 한반도 안팎에서 대치 중인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박 대통령의 말마따나 강대국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비관적 사고부터 떨쳐 내야 한다. 미국과 중·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데다 국수주의로 치닫고 있는 아베 내각이 이끄는 일본은 우리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에까지 시비를 걸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주체적 사고와 국가적 역량의 결집이 절실한 시점이다. 누란(卵)의 위기에서 친일·친중·친러 등으로 우리끼리 편을 나눠 싸우던 구한말의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 될 말이다.
더욱이 한민족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남북 분단의 장기화만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광복 후 최빈국에서 출발해 현재 경제 규모 세계 11위인 중견국으로 우뚝 섰다. 남북 간 소모전이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벌써 선진국 대열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우리의 반쪽인 북한의 보통 주민들은 아직도 하루 끼니를 걱정할 정도가 아닌가. 북한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제2의 광복’이 통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게다.
그런 맥락에서 어제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의 중층적 대북 제안이 주목된다. 즉 북한 정권에는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촉구하고 최고위층이 아닌 간부와 주민들에게는 “차별 없이 대우받고 행복을 추구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통일 국가의 미래상을 밝힌 대목이다. 북한 지도부에 대화를 통해 통일의 길로 나설 기회를 주되 김정은 정권이 끝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다. 이는 우리로선 바라진 않지만 결단해야 할 상황에선 피할 수 없는 고육책일 게다. 김정은 정권이 동족의 선의를 무시하면서 핵 개발을 고집함으로써 국내외적 고립을 자초해 자멸의 길을 걷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2016-08-16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