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열풍에 당황한 정부
2009년 12월 3차원(3D) 영화 ‘아바타’가 개봉되면서 3D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3D 산업의 무한 가능성을 높게 본 정부는 이듬해 4월 대통령 주재의 ‘제4차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고 3D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2015년까지 총 8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3D TV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연이은 콘텐츠 투자 실패, 킬러 콘텐츠의 부재 등으로 4년여 만에 3D 거품은 꺼졌다.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15일 “증강현실(AR) 기반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 충격은 ‘아바타’를 뛰어넘는다”면서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조급하게 증강현실 육성 방안을 내놓는다면 3D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예상치 못한 포켓몬고의 열풍에 정부와 기업들이 적지 않게 당황한 분위기다. 포켓몬고는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증강현실은 현실 배경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을 보여주는 그래픽 기술이다. 100% 가상 이미지를 활용하는 가상현실(VR)과는 비슷하면서도 보다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 단계 때는 증강현실이 주목받았지만 비즈니스모델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점차 외면당했다. 이후 가상현실이 무섭게 대안으로 떠올랐다. 올 초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의 핵심 키워드도 가상현실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가상현실 관련 신제품을 내놓고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그러자 정부도 지난 2월 ‘가상현실 신산업 플래그십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가상현실 산업 육성을 위해 3년간 185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도 “기술개발만 할 게 아니라 미디어를 넘나들며 기술과 콘텐츠를 융합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면서 “국수주의적 사고, 주무부처 간 영역 다툼으로는 3D의 실패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