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더 급한 빚을 막는 ‘돌려막기’의 폐해는 우리 사회를 고도화된 채권자 지배 구조로 몰아가고 있다. 주택 소유자부터 학생, 의료보험 없이 병을 앓는 사람, 신용카드 소지자 모두가 부채 상환에 허덕이며 빚구덩이에 빠져 있는 듯하다. 가계부채의 굴레는 상위층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와중에도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몸집을 키우거나 유례없는 고수익을 올린다.
사회운동가로 맹활약하고 있는 앤드루 로스 뉴욕대 사회문화연구대학 교수는 우리가 끔찍한 ‘크레디토크라시’의 손아귀에 붙들려 있다고 주장한다. ‘크레디토크라시’란 채권자 계급의 이익에 부합하는 권력유지 양식이자,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재원이 부채로 조달되는 사회를 가리킨다. 로스는 위기를 불러오는 갖가지 대부 행태를 꼼꼼하게 실제 사례 위주로 검토한 후 우리에게 지워진 부당한 부채의 짐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