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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노골적 韓·中·대만 통화절상 요구에 “환율주권 침해” 지적

美 노골적 韓·中·대만 통화절상 요구에 “환율주권 침해” 지적

입력 2016-05-01 16:49
업데이트 2016-05-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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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작년 하반기부터 30조원 매도개입…작년 전체로는 3조원 매수개입

미국 재무부의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 한국과 중국, 대만 등에 노골적인 통화절상 요구가 담겨 있어 환율 주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갈수록 늘어나는 무역적자를 축소해 달러화 강세가 미국경제에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역상대국이 달러 대비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거나 그 상승을 막는 형태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경계하고 있다.

한국은 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쇼크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대적인 매도개입을 한 게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중국, 일본, 독일, 대만과 함께 환율 관찰대상 5개국에 이름을 올리는데 그쳤지만, 그 대가는 적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 자료를 보면 작년 하반기 이후 지난 3월까지 한국 정부의 매도 개입 규모가 작년 전체 순매수 규모의 거의 10배인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 하반기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매도 개입이 자연스럽게 늘어났을 수 있지만, 미국의 환율 보고서 발표에 앞서 매도 개입을 늘렸을 수도 있다는 추론을 낳는다.

◇ 韓 작년 전체 3조원 매수개입→작년 하반기∼올해 3월 30조원 매도개입

1일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개정 미국 무역촉진진흥법(BHC수정안)에 따라 무역상대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판별할 때 해당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일방향의 반복적인 개입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일방향의 반복적인 개입을 했는지는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를 넘는지와 12개월 가운데 8개월 이상 순매수했는지가 기준이다.

이밖에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인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는지를 포함해 모두 세가지 잣대로 환율조작국 여부를 판명한다.

한국은 이 중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잣대에 걸렸지만, 외환시장에서 일방향의 반복적 개입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돼 환율조작국 지정을 모면했다.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향에서 이뤄진다.

원/달러 기준으로 보면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달러가치 급등)할 때는 달러를 팔아 지나친 상승을 제어하는 매도개입(원화절상 목적 개입)이, 반대로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급등·달러가치 급락)할 때는 달러를 사들여 미세조정하는 매수개입(원화절하 목적 개입)이 각각 이뤄진다.

미국은 이 가운데 원화에 견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매수개입에 거부감을 갖는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의 작년 전체 개입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0.2%만큼 순매수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계산해보면 27억5천만 달러(약 3조1천억원) 가량이다.

재무부는 이어 한국이 작년 하반기부터 지난 3월까지 선물환과 스와프시장을 포함한 매도 개입액을 260억달러(약 30조원)으로 추산했다. 작년 전체 순매수액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런 매도 개입으로 원화가치 하락을 막은 점이 지난 수년간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해온 비대칭적 개입과는 대조적이었다고 재무부는 강조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대대적인 매도 개입이 없었다면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작년 6월말 1,116원에서 2월말 1,237원까지 10% 이상 상승했다가 다시 3월말 1,144원까지 하락했다.

실제로 대만은 미국이 지정한 환율관찰대상국 중 유일하게 지난해 첫 10개월간 매달 평균 13억 달러의 매수개입을 이어갔고, 연간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의 2.3%(120억 달러)로, GDP의 2%를 넘어 일방향의 반복적 개입을 한 국가로 분류됐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작년 하반기 무역상대국 대비 6.5% 상승했지만, 올들어 1분기에는 명목실질실효환율 기준 2.9% 절하됐다. 달러화는 올들어 특히 일본과 캐나다 등 선진국 통화 대비로는 4.9% 추락했다.

미국은 나머지 일본과 중국, 독일 등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무역흑자와 경상수지흑자 잣대에는 걸렸지만, 일방향의 반복적 개입은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 방어를 위해 작년 전체로는 GDP의 3.9%(약 4천283억 달러)에 해당하는 순매도 개입을 했고, 작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는 4천800억 달러를 내다 판 것으로 재무부는 추산했다.

◇ 美 한·중·대만에 노골적 통화절상 요구…“환율주권 침해” 지적도

미국 재무부가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대만에 노골적으로 자국 통화 절상을 요구하면서 환율주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과 관련, “원화 절상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과도한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비교역부문으로의 자원재분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환경 발생 시로 제한하라”고 충고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한국의 대대적인 매도개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런 기조를 이어가라는 노골적인 조언이다.

대만에 대해서는 “대만당국은 작년 내내 매일 장 마감 때 개입해 자국통화 약세를 유도했다”면서 “이는 대만 통화(NTD)의 절상을 막기 위한 개입으로 변동성을 낮추거나 시장이 이례적 요소로 방해될 때만 개입하겠다는 대만 당국의 방침과는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중국에 대해 “위안화는 중장기적으로 실질 가치상승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 당국도 위안화가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나 높은 경제성장률, 거대한 외환보유고, 안정적인 재정금융환경을 봤을 때 계속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그러면서 중국과 한국, 대만은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일본에 대해서는 지난 4년간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았고 현재 달러/엔 외환시장 환경은 질서정연하다고 강조하면서, 재차 자국통화 절하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기로 한 G20(주요20개국) 합의를 준수하라고 충고했다.

올들어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3월말 현재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작년 11월 저점 대비 8.9% 뛰어올랐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과거 원/달러환율의 흐름을 보면 짧게는 1개 분기에서 길게는 2~3년까지 한 방향으로 쏠린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일방향 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속적인 일방향 개입시 무조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환율주권 침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도 각국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미세조정 권한을 인정하는데, 미국이 무역수지와 관련해 교역대상국들이 외환정책을 펴는데 지나치게 부담이 되게 한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한곳으로 쏠릴 때는 외환 당국의 개입이 인정돼야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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