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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가보니…“아방궁은 무슨…”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가보니…“아방궁은 무슨…”

입력 2016-05-01 15:31
업데이트 2016-05-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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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지붕 낮은 집’…채광·통풍 좋지만, 주거용으론 불편사저 관람객 “아방궁이라 해서 화려할 줄 알았는데 소박해”

2008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귀향 당시 보수층으로부터 ‘아방궁’ 논란을 일으켰던 노 전 대통령의 사저는 어떤 모습일까.

노무현 재단이 1일 일반에 개방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사저는 아방궁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형태라는 소감이 대다수였다.

일반 개방에 앞서 재단 관계자 안내로 취재진에게 모습을 드러낸 사저는 ‘소문’과는 달리 아담하고 소박했다.

사저는 자연의 품에서 인간의 삶이 이어져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뜻이 반영돼 낮게 지어져 일명 ‘지붕 낮은 집’으로 불렀다고 재단은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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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사저는 대지면적 1천290평에 건축면적 182평 규모다.

건축면적 중 사저동은 112평, 경호동이 70평 정도다.

이날 공개된 곳은 국가소유인 경호동을 뺀 사저동이다.

사저 입구 경비 초소에서 대문까지 길이 50여m의 좁은 콘크리트 길을 지나 대문으로 들어서자 지하차고가 먼저 보였다.

차고에는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취임하기까지 3개월 정도 사용한 체어맨 승용차와 유모차 형태의 자전거, 소형 굴착기 등이 세워져 있었다.

현관문을 지나쳐 정원으로 우회하니 여러 가지 정원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높이 2.5m 정도의 산딸나무는 사저에서 유일하게 표지석이 있는 나무다.

제주 4·3 유족회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4·3 제주민중항쟁이 재조명된 데 대한 고마움으로 제주에서 보낸 나무라고 재단은 소개했다.

사저 중 먼저 사랑채로 들어섰다.

사랑채는 노 전 대통령이 손님을 맞이하고 가족이나 보좌진과 함께 식사했던 장소다.

정남향으로 지어져 인공조명 없이도 밝고 봉화산과 들녘을 풍경처럼 볼 수 있는 커다란 창이 설치된 점이 특징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창으로 봉화산을 보거나 자신이 토굴을 짓고 공부했던 삼각형 모양의 과수원을 풍경화처럼 감상했다고 재단 관계자는 전했다.

퇴임 이후인 2009년 봄에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바깥출입을 자제하면서 힘들 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랑채는 18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중앙에 자리 잡은 것을 빼면 단출하다.

신영복 선생이 쓴 ‘사람사는 세상’ 표구와 노 전 대통령 취임식 장면을 담은 대형 액자,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뜰에서 손녀와 다정한 한때를 담은 조그만 액자가 취재진을 맞았다.

이 손녀가 사람사는 세상 표구 아래에 한 낙서도 그대로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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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액자는 취임식장에 초대받지 못한 해외교포가 근처 높은 빌딩에서 촬영한 취임식 장면을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에 보낸 것이다.

사랑채 맞은편에는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재단 관계자가 식당이라고 소개했지만, 식당보다는 주방이라고 해야 할 규모였다.

일반 가정에도 있을법한 크기인 옥색 상판의 4인용 식탁과 전기밥솥,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정수기 등 주방가구와 다양한 식기가 찬장에 줄지어 놓여 있었다.

재단은 노 전 대통령 내외와 가족끼리 식사할 때만 이곳을 사용했다고 한다.

주방 창에는 손녀 서은양이 핑크빛이 나는 유리 펜으로 권양숙 여사를 지칭한 듯한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낙서 아닌 낙서를 새겨 놓았다.

사랑채 건물을 나와 안채를 둘러봤다.

사저 중 노 전 대통령 내외의 유일한 개인생활 공간이다.

소박한 침대가 있는 침실을 제외하면 TV와 책상, 컴퓨터가 있는 거실이 개인 공간인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자료조사와 글쓰기용으로 각각 활용하던 컴퓨터 2대는 서거하기 직전 마지막 글이 쓰여졌다.

컴퓨터 옆에는 생전 노 전 대통령이 착용하던 안경과 책상 한쪽에는 ‘한국의 늪’, ‘재미있는 꽃이야기’ 등 생전에 읽은 책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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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를 뒤로하고 옆으로 옮기니 서재가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이 독서나 집필, 퇴임 후 보좌진과 민주주의, 진보의 미래 등을 토론했던 곳이다.

서재에는 노 전 대통령의 방대한 독서량을 추정할 수 있는 1천여권의 책이 여전히 꽂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업무를 보다가도 봉하마을을 방문한 시민이 ‘대통령님 나와 주세요’라는 소리가 들리면 한두 차례 나가서 이야기하다가 하루에 많을 때는 13차례나 나갈 정도로 시민과 소통했다고 재단 관계자는 말했다.

서재 옆에는 노 전 대통령이 시민과 만날 때 쓴 밀짚모자가 옷걸이에, 서재 옆 벽면에는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취임선서 액자가 걸려 있다.

사각형 한옥 구조로 이뤄진 사랑채와 안채, 경호동 중간에는 지붕이 없는 마당 ‘중정’이 있다.

중정을 중심으로 한 사저는 채광과 통풍은 좋으나 사랑채에서 안채로 가는 등 집 안에서 이동할 때도 신발을 신어야 해 주거용도로는 다소 불편하다고 재단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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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저 개방행사에 참여한 설상근(52·김해시)씨는 “이전에 아방궁이라 해서 화려할 줄 알았는데 아주 소박해서 보기 좋았다”며 “우리가 듣던 것과 달라서 충격이었고 벽면에 손녀가 낙서한 것도 감동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선희(35·여·전남 여수시)씨도 “아방궁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그냥 논란뿐이었구나 싶다”며 “(노 전 대통령 성품) 그대로 간결한 곳이고 화려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사저는 2006년 11월 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2008년 3월 완공됐다.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23일 서거하고 나서 혼자 기거하던 권 여사는 2013년 11월 사저를 기부하겠다는 의향서를 재단에 제출했다.

권 여사는 지난해 10월 사비를 들여 인근 다른 사저로 거처를 옮겼다.

재단은 앞으로 한 두 차례 더 시범개방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완해 정식 개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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