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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은 발권력동원 논란 어땠나…특혜시비 끊이지 않아

과거 한은 발권력동원 논란 어땠나…특혜시비 끊이지 않아

입력 2016-05-01 10:57
업데이트 2016-05-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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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투신사 지원 땐 정부와 ‘국회동의’ 합의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한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 논란을 계기로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 논란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원해주기를 기대하지만, 한은은 “국민적 합의가 먼저”라며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과거에도 한은의 발권력과 관련해 크고 작은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은이 시중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연 0.5∼1.0%의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이다.

올해 3월 말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은 15조4천3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783억원 늘었다.

한은은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융중개지원대출 규모를 9조원 확대하기로 의결했고 5월부터 본격적으로 집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는 한은 외부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크고 저금리에도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가 심한 상황에서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지만 발권력으로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불러왔다.

지난해 6월 한은이 가계부채 구조의 개선을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2천억원을 추가로 출자했을 때도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출자는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설계한 안심전환대출의 대출액이 크게 늘면서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자본확충이 필요해졌기 때문에 이뤄졌다.

그러나 출자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발권력이 특정 분야의 정책금융에 쓰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마디로 일반인들이 집을 사는데 한은이 돈을 찍어내 이를 지원해주는 셈이라는 것이다.

작년 8월 한은이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산업은행에 3조4천억원을 대출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의 신용보증기금(신보)에 대한 500억원 출연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지만, 경영 부실로 자금난을 겪는 민간기업을 발권력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앞서 2013년에도 정부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에 따라 한은이 신보에 출연하는 정책금융공사에 유동성을 지원한 것을 두고 특혜 시비가 나왔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이 가능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법에도 한은의 출자 규정이 포함돼 있다.

법 테두리 안에서 발권력이 동원됐음에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을 많이 거슬러 올라가 1990년대를 살펴봐도 한은의 발권력을 둘러싼 진통이 적지 않았다.

1992년 도산 위기에 몰렸던 투자신탁사들에 장기저리자금인 특별융자금을 지원할 때 당시 조순 한은 총재는 특융에 반대했다.

한은은 한은법상 은행 이외의 기관에 특융을 제공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거셌다.

결국 조순 총재와 경제기획원장관, 재무장관, 경제수석 등 4명이 국회동의를 전제로 특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하는 우여곡절을 거쳐 2조9천억원을 투자신탁사들에 지원하기로 결정됐다.

한은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제일은행에 1조원의 특융을 지원했지만, 이때도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처럼 특정 목적이나 분야에 국한된 발권력 동원은 항상 형평성 논란을 빚을 소지가 있다.

또 발권력 남용으로 인한 화폐 가치의 하락과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 때문에 한은이 발권력을 쓰려면 국민 경제 전반을 염두에 두면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은의 독립성 보장도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에 흔들려 발권력을 남발하지 않게 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한은법은 통화신용정책이 자율적으로 집행돼야 하고 한은의 자주성이 존중돼야 한다며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14년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중앙은행의 발권력도 정부의 조세수입과 유사한 성격이므로 이를 활용할 때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발권력 남용으로 하이퍼인플레이션(초고속 인플레이션)과 같은 큰 부작용은 없었던 것 같다”며 “그만큼 발권력 동원에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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