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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앞세워 본선행보 개시…행사장 철통경호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앞세워 본선행보 개시…행사장 철통경호

입력 2016-04-28 09:55
업데이트 2016-04-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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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화당 대선후보” 공개 선언…첫 정책연설서 외교안보 구상 공개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본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경선 종반전의 첫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26일(현지시간) 5개 주(州) 동북부 선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대세를 확실하게 굳힌 데 이어 27일부터 정책연설을 시작하며 공화당 대선 후보를 기정사실로 하고 나섰다.

이는 자신의 누적 대의원이 954명으로,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1천237명)에는 아직 283명이 모자라지만, 2위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의 격차가 392명(크루즈 562명)으로 벌어진 만큼 이미 승부는 끝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가 공화당 대선후보”라고 공식 천명한 트럼프 본선 행보의 첫 시작은 이날 워싱턴D.C. 11번가 코네티컷 애비뉴에 위치한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열린 첫 정책연설이다.

외교·안보구상에 관한 연설 내용뿐 아니라 트럼프에 대한 경호도 이미 본선 주자를 방불케 했다. 행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주변 도로를 봉쇄하는 등 ‘철통경호’가 펼쳐졌고, 일반인들이 트럼프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원천 차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예정시간인 정오보다 10여 분 늦게 등장한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인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골자를 공개했다.

트럼프는 특히 ‘외교·안보에 문외한이어서 국가를 맡기기에는 불안하다’는 세간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흥적인 연설 대신 처음으로 미리 준비된 원고가 적힌 ‘텔레프롬프터’(원고표시장치)를 보면서 연설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는 다만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등 각종 논란성 공약은 그대로 유지했다.

일례로 트럼프는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안보와 관련해 적정한 몫의 방위비용을 부담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적정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는 우방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할 것”이라며 주둔 중인 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이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 정책, 중동난민 수용정책, 이란 핵합의 등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이제 미국 외교정책의 녹을 벗기고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비전을 불어넣어야 한다”면서 “미국인과 미국의 안보를 모든 것에 앞세우는 ‘미국 우선주의’가 나의 외교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호텔 밖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호텔 내에서도 한 남성이 ‘반(反)트럼프 구호를 외치다가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기도 했다.

수십 명의 시위대들은 ’트럼프=나치‘, ’이슬람포비아(이슬람혐오증)에 맞서자‘, ’인종차별에 맞서자‘, ’파시스트는 안된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유대인 단체인 ’벤드 더 아크‘의 제이슨 키멜만-블록(43) 사무국장은 “트럼프는 위험한 지도자”라면서 “이민자, 여성, 무슬림들을 전방위로 표적 삼아 공격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런 트럼프의 증오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대 틈에서는 크루즈 의원 지지자들이 ’트럼프 원고‘를 가장한 4쪽짜리 유인물을 나눠주며 트럼프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연설과 별개로 트럼프의 본선 행보는 이미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굳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는 전날 승리 연설에서 “솔직히 (힐러리) 클린턴이 남자였다면 5%의 득표도 못 얻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녀가 밀어붙이는 유일한 카드가 ’여성 카드‘”라고 몰아세웠다.

또 “멋진 것은 여성들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클린턴보다 내가 여성들을 위해 훨씬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가장 큰 무기이자 본선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여성 카드‘를 미리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트럼프의 막말과 기행은 본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전날 코네티컷 유세에서 “내가 만약 대통령 후보답게 행동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여러분에게 장담할 수 있다”고 말한 데 이어, 같은 날 미 시사잡지 타임 주최 만찬장에서도 “나는 (내 스타일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과 인종차별을 비롯한 각종 막말과 기행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만큼 대선 후보가 되고 나면 그에 걸맞게 언행에도 변화를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정치적 결벽증‘(Political Correctness·인종과 성별·종교 등을 이유로 한 특정그룹에 대한 공격적 언어나 행동을 지나칠 정도로 꺼리는 것)’을 거부하는 직설적인 언행이 인기비결인 만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게 트럼프의 확고한 소신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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