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연설과 AP 인터뷰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 비난·중단 요구
반기문 총장과는 개별 면담 없어…두 차례 의례적인 인사만북한의 핵실험을 정당화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던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2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을 떠났다.
리 외무상은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에미리트 항공 204편을 이용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향했다. 두바이 도착 이후 리 외무상의 행보와 관련해 북한 유엔대표부 직원들은 함구했다.
이날 북한 대표부 직원들은 비행기 출발 시각보다 2시간 30분 전에 공항에 나와 리 외무상 일행의 출국 수속을 밟았다.
리 외무상은 입국 때와 마찬가지로 출국 때도 언론을 따돌렸다.
작년 유엔총회 개막 연설 이후 6개월여 만에 다시 뉴욕을 찾은 리 외무상은 이번 방문에서 북한의 핵 개발이 미국과 한국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21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2030 지속가능 개발목표(SDG) 고위급회의’에서 주제와는 어긋나게 북한의 핵실험을 꺼냈다.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핵전쟁 연습”이라면서 대화와 국제법을 통해 핵 위협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성과가 없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제재결의안을 채택한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위반하면서 주도한 것이라고 몰아붙인 뒤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23일 AP통신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도 같은 논리를 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며 ‘선(先) 한미합동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리 외무상은 인터뷰하기 몇 시간 전에 이뤄진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에 대해서도 한미 군사훈련의 강도가 최고 수준에 달했기 때문에 북한도 극단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이 거듭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거론한 데 대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방어훈련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로 한미합동훈련 중단을 원하기보다는 이를 추가 도발의 빌미로 이용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리 외무상은 이번 방문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개별 면담하지는 않았다.
다만 22일 파리기후변화협정 서명식과 오찬에서 각각 만나 악수하면서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는 정도의 시간은 있었다.
리 외무상이 2014년과 지난해 유엔총회 개막 행사를 위해 유엔본부를 찾았을 때 두 번 모두 반 총장과 면담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방문에서는 의례적인 인사에 그친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