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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 꽃잎지듯 떠난 윤철아” ‘세월호 의인’ 묘소에 추모행렬

“봄비에 꽃잎지듯 떠난 윤철아” ‘세월호 의인’ 묘소에 추모행렬

입력 2016-04-16 15:12
업데이트 2016-04-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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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남윤철 교사 묘소에 가족·친구·제자 30여명 찾아 넋 기려

침몰하는 세월호 끝까지 지키며 제자 구했던 ‘참스승’

“꼭 오늘처럼 따뜻한 봄비에 화사한 꽃잎 떨구듯 떠난 윤철아, 넉넉한 웃음 짓던 모습, 사무치도록 보고 싶다. 빗소리 안주 삼아 술 한잔 나누고 싶은데…”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낮 12시. 절정을 이뤘던 봄꽃이 지는 것을 아쉬워 하는 듯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는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천주교 공원묘지.

침몰하는 배에서 두려움에 떠는 제자들을 마지막 순간까지 구하려다 유명을 달리한 고(故) 남윤철 교사의 묘소 앞에 가족과 대학친구, 제자 등 30여 명이 모였다.

시간이 지났지만, 이들의 마음 한편에는 언제나 고인과 함께했던 추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은 고인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추억했다. 부모에게는 가족을 끔찍이 챙겼던 아들이자 술자리에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했던 친구였다. 제자들에게는 언제나 제자를 지키고 용기를 북돋던 스승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날 남 교사 묘소 앞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더는 같은 하늘 아래서 남 교사와 함께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서글픔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의 죽음 이후 아버지 남수현 충청대 교수는 지병이 더 악화한 것처럼 보였다. 지난달에는 고인을 끔찍이 여겼던 고인의 외할머니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 교수는 “사고가 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아들과 차곡히 쌓아왔던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없다”며 애써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직접 만져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까닭에 묘비만 정성스럽게 쓰다듬는 게 이날 남 교수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진한 우정을 나눴던 친구들은 그와 보냈던 시간을 회상하며 묘비 위에 소주 한잔과 담배 한 개비를 올리는 것으로 망자에 대한 예를 갖췄다.

2년 전 사고 소식을 접하고 진도까지 내려갔다는 한 대학 친구는 “젊은 시절 함께 술을 마시며 미래를 고민했던 기억이 또렷하다”며 “아직도 바다만 바라보면 착했던 친구 윤철이가 떠오른다”고 울컥했다.

그는 “다음 세상에서는 이번 세상에서 피우지 못했던 꽃을 활짝 피운 모습으로 만나 웃으며 술 한잔 기울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군대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했다는 남 교사의 한 제자는 2주기가 돼서야 뒤늦게 찾아왔다며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 제자는 “늘 배려하시고 용기를 주셨던 분이라 꼭 찾아뵙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며 “하늘에서도 제자들을 잘 보살펴주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2주기를 맞아 묘소를 찾은 사람들의 애틋한 그리움을 위로하듯 묘소 앞에 놓인 영정 속에서 남 교사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산 단원고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하던 고인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절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구하다 35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 의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의 모교인 국민대는 지난해 남 교사가 재학 중 마지막으로 전공 강의를 들은 강의실을 ‘남윤철 강의실’로 명명, 그를 추모했다.

남 교사의 어머니 송경옥씨는 “아직도 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며 “세월호 사고 당시 보여줬던 많은 분의 희생 정신이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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