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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보여주지 못한 얼굴, 저 자신도 놀라” 영화 ´해어화´ 주연 한효주

“그간 보여주지 못한 얼굴, 저 자신도 놀라” 영화 ´해어화´ 주연 한효주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6-04-12 11:27
업데이트 2016-04-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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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악역 도전이라고 하는데 저는 악역이라고 여기지 않았어요. 제 안에서 소율은 연민이 가고 안쓰러운 여자에요. 그래도 완성된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소율의 표정이 낯설고 무서워 저 스스로도 깜짝 놀랐죠.”

한효주의 차기작은 드라마다. 올 여름 방송되는 MBC 미니시리즈 ‘더블유’의 주인공을 맡아, 연기 대상을 품었던 ‘동이’ 이후 6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한효주의 차기작은 드라마다. 올 여름 방송되는 MBC 미니시리즈 ‘더블유’의 주인공을 맡아, 연기 대상을 품었던 ‘동이’ 이후 6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13일 개봉하는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민초의 마음을 달래던 대중가요가 일제에 탄압받던 1943년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우정과 사랑, 질투와 갈등을 그린 시대극이다. 당시 경성을 화려하고 생생하게 재현해 볼거리가 많다. 그 중에서도 한효주(29)의 ‘얼굴’이 단연 돋보인다. 그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는데, 이번엔 이전과는 다른 얼굴을 많이 담았다. 맑고 순수했던 얼굴이 어느 순간 서늘하고 처절해진다. 그가 맡은 소율은 마지막 남은 기생학교 ‘대성권번’에서 최고 예인의 딸로 태어나 그 역시 최고로 키워진 캐릭터다. 우리 옛 노래 중 하나인 정가(正歌)에 능통하다. 정인이자 당대 최고의 대중가요 작곡가인 윤우(유연석)가 만든 ‘조선의 마음’을 부르리라는 꿈을, 둘도 없는 동무 연희(천우희)에게 빼앗기자 목소리에 대한 열등감을 느낀다. 윤우의 사랑마저 연희가 가져가면서 소율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는다. 한효주는 사랑받는 역할에 익숙하다 보니 질투하는 역할이 쉽지 않았다고 웃었다.

 “소율에게는 노래와 사랑, 친구가 전부였는데 세 가지 모두를 잃어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거에요. 그래서 점차 비극적으로 변해가는 얼굴을 극과 극으로 대비하고 싶었죠. 빗속에서 연희와 다투는 장면은 너무 괴로워서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어요.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궁금해요.”

 독립영화 2편, 일본 영화 1편까지 포함해 장편은 열 한 편 째. 연기를 하며 소율처럼 다른 사람의 재능을 질투한 적은 없었을까. “얼마 전 ‘룸’을 봤어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브리 라슨의 연기도 좋았지만 그의 아들로 나온 아역 배우에게 깜짝 놀랐죠. 어떻게 하면 저런 자유로움과 순수함을 가질 수 있을까?, 어른은 할 수 없는 연기를 한다는 생각에 그 아이의 연기를 훔치고 싶었죠.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 연기도 질투가 날 정도로 좋았어요.”

요즘 흔하지 않게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는 작품이라 여배우로서 당연히 욕심이 났을 터. 극중 자주 등장하는 정가와, 그 시절 대중가요를 직접 부르기 위해 서너달 열심히 파고 들었다. 한효주는 대미를 장식하는 ‘사랑, 거짓말이’의 호소력은 이러한 노력에서 나온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

 장기인 로맨틱 캐릭터와 악한 캐릭터를 동시에 제안받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작품이 좋다면 어떤 역할이든 가릴 까닭이 없죠. 소설도, 영화도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긴 해요. 사랑하고, 사랑받는 감정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60대까지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나이 대에 맞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생겼으면 하는 욕심이에요. 이유 있는 악역이라면 악역 또한 맡고 싶지 않을까요. 한 번 해봤으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영화 말미에 50년의 세월을 뛰어 넘은 소율이 등장한다. 한효주의 노인 분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감독님은 극을 이끈 소율의 얼굴에서 영화가 마무리되길 원했어요. 분장이라 어떻게 해도 부자연스러웠겠죠. 촬영 직전까지 고민했는데 배우로서 직접 마무리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노인 분장을 하고 마지막 대사를 하고 나니 비로소 소율을 연기했다는 느낌이 들었죠. 실제 소율이라는 사람이 제게 속삭이는 것 같았어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안했으면 더 아쉬웠을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을테니까요.”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을 맞은 한효주는 ‘해어화’가 시간이 지날 수록 애틋해질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20대의 마지막 모습을 온전히 쏟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나중에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20대에는 무엇인가 이루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일하고 연기했는데, 앞으로는 좋은 작품을 자주 만나 그 안에서 자유롭게 즐기고 싶어요. 배우로서 다른 바람은 없는 것 같아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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