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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 조지 오웰과 미얀마, 그리고 북한/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글로벌 시대] 조지 오웰과 미얀마, 그리고 북한/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입력 2016-04-10 17:58
업데이트 2016-04-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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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동물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은 영국의 명문 이튼스쿨을 졸업했으나 옥스퍼드대 진학을 포기하고 버마(현 미얀마)에서 인도제국 식민지 경찰이 된다. 그는 5년간의 버마 생활을 바탕으로 훗날 그의 첫 장편소설인 ‘버마 시절’(Burmese Days)을 발표한다. 그의 반제국주의적 정서가 강하게 투영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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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미얀마에서 지난달 말 마침내 54년간의 군부통치에 종지부를 찍고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민주정부가 출범했다. 미얀마 국민들은 보다 민주적이고 경제적으로 윤택한 새로운 미얀마에 대한 열망과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국제사회도 국내외의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진정한 ‘미얀마의 봄’을 꽃피울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지난주 찾은 미얀마는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생동감이 넘쳐 흘렀다. 11년 전 논란 속에 새로 이전한 수도 네피도(황제의 도시라는 의미)도 삭막하기만 하던 예전 모습과 달리 새로운 민주정부의 출범과 외국 요인들의 연이은 방문으로 제법 분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반세기가 넘는 세월의 군사정권을 거쳐 새로운 정치체제를 추구하는 미얀마 앞에는 수많은 도전과 과제가 놓여 있다. 아웅산 수치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80%의 압승을 거두었음에도 현 헌법 규정에 따라 두 아들이 외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결국 외교장관과 대통령실 장관을 겸직하면서 신설될 국가자문관을 맡게 될 것이지만 군부 등 기득권 세력들과 어떻게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갈지 단언할 수 없다. 무장 소수민족들과의 화해는 어떻게 이룰 것인가도 복잡한 문제다. 한반도의 3배 크기에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중국·인도 등 5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전략적 위치로 인해 외교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의 왕이 외교장관이 지난주 방문해 재빠른 행보를 보인 것을 시발로 새로운 미얀마를 둘러싼 주요국들의 외교 경쟁이 이미 가열되고 있다. 미얀마 신정부도 개혁과 쇄신을 향한 신속한 조치를 보이고 있다. 36개나 되던 방만한 정부 조직을 21개 부처로 구조조정하고, 부패청산의 조치로 20달러가 넘는 선물은 받지 못하도록 공직자 윤리 기준을 강화했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무한정 솟구치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이냐다. 강제 근로에 동원된 미취학 불우 아동들에게 순회 버스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 여성 사회활동가는 신정부가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에 신경 써 줄 것을 열망했다.

우리에게 미얀마는 어떤 나라인가. 1983년 10월 국빈 방문 중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 일행에 대해 북한은 아웅산 수치의 부친인 아웅산 장군의 묘소에서 암살 폭파 테러를 자행했다. 미얀마 국민으로부터 국부로 숭앙받는 아웅산 장군의 묘소에서, 그것도 미얀마 국민들의 종교적·정신적 성지인 셰다곤 사원이 지척에 보이는 곳에서 우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테러를 저지르다니 북한은 상식으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부도덕한 체제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미얀마의 민주화 발전 과정을 되돌아보니 지난 70여년간 변화는커녕 주민들의 여망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역행하기만 한 북한 체제가 안타깝다. 미얀마에서 20대의 젊은 시절을 보낸 조지 오웰이 오늘날 북한 체제를 바라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돼지들이 오히려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주민들을 속이고 억압하는 또 다른 ‘동물농장’이라 보지는 않을지. 북녘 땅에 과연 ‘북한의 봄’은 언제 올 것인지 생각하니 벚꽃 만발한 봄날이 착잡하기만 하다.
2016-04-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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