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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시신 6개월 방치한 아들 처벌은 과태료 5만원?

어머니 시신 6개월 방치한 아들 처벌은 과태료 5만원?

입력 2016-04-08 08:45
업데이트 2016-04-0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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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대 아파트 살면서 장례 안치러…적용 법률 없어 경찰 ‘고민’

어머니의 시신을 6개월 동안 집에 둔 아들을 체포한 경찰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형사처분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적용 법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달 5일 용산의 한 아파트에 어머니 박모(84)씨의 시신을 6개월간 방치한 혐의(사체유기)로 A(46)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0월 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병원에서 어머니 시신을 넘겨받은 A씨는 어머니 소유의 아파트에 시신을 둔 채 지금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아파트 외부 유리창을 청소하던 청소업체 직원에 의해 알려졌다. 집안 침대 위에 미라 상태로 변한 시신을 발견하고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아파트에 들어가려다 강하게 저항하는 A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어 침대 위에 누운 모습의 박씨 시신을 확인했다. 침대 주변은 쓰레기 등으로 지저분하게 어지럽혀진 상태였다.

경찰은 이런 상황을 보고 A씨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를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하면서 난감해졌다. “사업차 지방을 오가다 생긴 교통사고를 처리하느라 바빠서 통상적인 장례식을 미루었을 뿐, 지금도 장례의식을 치르는 중이다”라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찰 자체 조사에서도 뚜렷한 범죄 혐의가 파악되지 않았다. 박씨가 20억원 상당의 아파트 등을 소유하고, A씨가 시신을 장기보관한 점이 수상했지만, 법률을 위반하지는 않았다.

A씨는 오히려 “경찰이 어머니 시신을 강탈해갔다”고 시신을 반환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방경찰청 등 상급 기관에 전화를 걸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7일 오후 A씨 요구를 수용해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영안실에 안치한 시신을 되돌려줬다. 그러나 A씨는 이날까지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사건을 어떻게 종결할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례를 6개월 미룬 경우 딱 떨어지는 처벌 근거를 찾지 못한 탓이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84조는 친족 등이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진단서 또는 검안서를 첨부해서 사망 신고를 하되 위반하면 과태료 5만원을 물리도록 규정한다.

행정 절차인 사망 신고를 미룬 경우 과태료를 물리는 이 규정을 A씨에게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경찰은 자신하지 못한다.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사체유기죄는 살인을 저지른 뒤 범죄 은닉 목적으로 시신을 옮기거나 은폐할 때 적용한다. 사체유기죄는 7년 이하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A씨는 바쁜 일정 탓에 장례식을 미루고 나름 장례절차를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이 논리를 깰만한 어떠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발견 당시 어지러운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하면 시신을 온전히 보존하려 했다기보다 방치한 것에 가깝다”며 “일단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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