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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진실과 오해/강동형 논설위원

[길섶에서] 진실과 오해/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입력 2016-04-06 22:46
업데이트 2016-04-0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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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을 싫어하는 지인이 있다. 그는 집에서 300m 떨어진 목욕탕에 갈 때도 아내가 차로 데려다준다. 얼마 전에 이사를 했는데 자신이 자주 찾는 목욕탕이 집에서 150m 거리에 있다며 흡족해했다. 이제는 400m 정도는 거뜬히 걸을 수 있다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수긍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올 이야기라며 놀려 먹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으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그래도 심하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그 지인을 모처럼 지하철에서 만났다. 방향이 같아 지하철에서 내려 걷고 있는데 자꾸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한다. 좀 빨리 걸어 보라고 재촉을 했지만 자신은 천천히 걸어야 한단다. 빨리 걷지도 못하느냐고 거듭 채근했다. 그러자 그는“ ‘고질적인 ○○’이 있다”며 “이것까지 얘기해야 하느냐”며 멋쩍어한다.

그의 얘기를 듣고서야 모든 게 분명해졌다.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가 왜 반신욕을 좋아하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가볍게 던진 이야기를 진실이라 믿고 오랜 기간 오해하고 놀리기도 한 것을 성찰한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4-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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