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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는 안나오고”…농약소주 사망 한달 수사 오리무중

“증거는 안나오고”…농약소주 사망 한달 수사 오리무중

입력 2016-04-06 13:33
업데이트 2016-04-0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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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2명 숨진 경위 조차 못 밝혀…경찰 ‘곤혹’‘공포’에 휩싸인 시골 마을…“하루빨리 범인 잡기를”

경북 청송 ‘농약소주 사망사건’이발생 한 달을 앞두고 있다.

경찰은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둔 주민 1명이 농약을 마셔 숨졌다.

현재까지 경찰이 전모를 밝히지 못하면서 사건이 미궁으로 빠질 기미를 보인다.

◇ 한 달 사이에 2명 숨지고 1명 중태

농약소주 사망 사건은 지난달 9일 오후 9시 40분께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에서 일어났다.

방안에 8명, 거실에 5명 등 주민 13명이 회관에 모여 술을 마시거나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방에서 소주를 나눠마신 주민 박모(63)씨와 허모(68)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씨는 다음날 오전 숨졌고 허씨는 중태에 빠졌다가 회복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마신 소주에는 농약이 들어있었다.

지난해 7월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농약사이다 사건에 사용된 농약과 같은 성분이 들어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가 나왔다.

경찰이 이 사건 실체를 밝히기도 전에 주민 한 명이 또 숨졌다.

지난달 31일 오전 주민 A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약독물 중독사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2일 축사 주변을 수색한 끝에 A씨가 쓰러진 곳에서 3m 떨어진 지점에서 농약이 든 드링크제 병을 발견했다.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A씨 몸에서 검출된 농약과 주변에서 발견된 드링크제 병에 든 농약 성분은 지난달 9일 발생한 농약소주 사건 피해자나 소주병에서 나온 것과 같다.

A씨는 숨진 날 오후 2시 청송경찰서에 출두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 “특정인 노린 범인은 마을 내부에”

경찰은 사건 초기 범인이 ‘소주’를 마시는 특정인을 노리고 독극물을 탔을 것으로 보고 수사했다.

사건이 난 마을회관에 소주를 보관하는 김치냉장고뿐만 아니라 음료수, 물, 맥주 등을 넣어 두는 일반냉장고도 있었다. 그런데 음료수, 물, 맥주 등에서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누군가 전·현직 이장이던 피해자 박씨와 허씨 등 소주를 마시는 사람을 노리고 범행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회관에 보관하던 소주 38병 가운데 피해자들이 마신 소주 1병에만 독극물이 든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했다.

따라서 마을 안에 범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초기에 피해자 2명과 마을 사람 사이에 갈등 관계 등을 집중 파악했다.

최근 들어 생긴 주민 사이의 갈등뿐 아니라 아주 오래전 있었을 수도 있는 사소한 말다툼까지 모두 확인했다.

수사 초기 특정 주민과 피해자들 사이에 지난해 연말과 올 초를 전후해 갈등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으나 특별한 용의점을 찾지 못했다.

또 사건 발생 당시 회관에 있던 주민 13명, 그 배우자 등 가족, 평소 왕래가 잦은 사람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와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벌였다.

박씨 등 피해자 2명이 마신 소주병에서 확보한 제3자 DNA의 신원도 확인했다.

DNA 주인은 사건 당일 회관에 있던 주민이었으나 용의점을 둘 만한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특정인을 노렸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나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범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 “증거는 없고”…경찰 곤혹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증거를 못 찾은 상태에서 지난달 31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둔 주민이 갑자기 숨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농약소주 사망과 주민 음독 사건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31일 숨진 주민 A씨는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은 본다.

외부인이 개입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고 A씨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안해했다는 주변인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A씨가 평소 아내가 마을회관에서 화투놀이를 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했다는 진술도 확보해 확인하고 있다.

그가 아내의 잦은 마을회관 출입에 불만을 품고 ‘일’을 저질렀을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A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문점도 나오고 있다.

그가 쓰러진 곳에서는 음독에 사용된 독극물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드링크병이 나왔다.

그러나 드링크 병에서 누구의 지문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발견 당시 작업용 목장갑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쓰러졌던 곳 주변에서 나온 드링크 병에 지문이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뭔가에 심리적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사망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앞서 발생한 마을회관 농약소주 사건과 연관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이나 주민을 상대로 탐문 수사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뚜렷한 정황이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이 박씨나 A씨 사망 경위를 밝히지 못하면 사건이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A씨의 사망 경위를 밝히는 쪽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사건을 명확하게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공포’에 휩싸인 시골 마을

52가구 주민 90여명이 모여 오손도손 살던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그러나 주민들은 연이어 독극물과 관련한 사건이 터지자 불안을 넘어선 ‘공포’에 빠졌다.

상당수 가구는 담도 없이 지냈고, 담이 있어도 그냥 형식적으로 만들어 대문을 잠그는 일은 없을 만큼 서로 믿고 지냈다.

그러나 음독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마을에는 외출하는 주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적막감이 나돈다.

농사철에 접어들어 한창 바쁠 때지만 밭일을 하러 나오는 주민은 찾기 힘들다.

매일 10여명의 주민이 오전부터 모여 웃고 즐기며 시간을 보내던 화합의 장소 ‘마을회관’은 경찰관이 문앞을 지키고 있다. 이곳은 주민은 드나들 수 없는 ‘범죄 현장’이 됐다. 날마다 모이던 사람들은 사건 이후 한 번도 드나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60년 넘게 이 마을에 산 주민 대부분은 처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가 숨진 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79·여)은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니 정말 무섭다”며 “마을회관이 문을 열지 않는 까닭에 이제 주민도 잘 모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하루빨리 범인을 잡고 왜 그랬는지를 밝혀 우리 마을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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