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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호주 로위연구소 첫 한국인 연구원 송지영

<인터뷰> 호주 로위연구소 첫 한국인 연구원 송지영

입력 2016-04-04 17:04
업데이트 2016-04-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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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책연구실장 맡아 이민정책 재수립 연구 진두지휘

“경제에 초점 맞추면서 난민 존중하는 정책 제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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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로위연구소 첫 한국인 연구원 송지영
호주 로위연구소 첫 한국인 연구원 송지영 호주의 대표적인 국제전략문제 싱크탱크로 알려진 로위국제정책연구소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스카우트된 송지영(여?40) 박사.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 교수인 송 박사는 호주 이민성 초청으로 18개월 동안 이 연구소에서 이민정책연구실장을 맡아 이민정책 연구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다. 2016.4.4 [송지영 박사 제공] 연합뉴스.
“2년 동안 호주의 이민정책을 재수립하는 연구에 착수합니다. 경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난민을 존중하는 이민정책을 제시할 생각입니다.”

호주의 대표적인 국제전략 싱크탱크로 알려진 로위국제정책연구소. 이곳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스카우트된 송지영(여·40) 박사가 내놓은 호주 미래 이민 정책의 청사진이다.

대부호인 프랭크 로위(Frank Lowy)와 기업, 정부 기관 등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이 연구소는 외교·국제안보·경제·멜라네시아·동아시아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국제기구·언론·시민사회에 정책을 제안하는 곳이다.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 교수인 송 박사는 호주 이민성 초청으로 18개월 동안 이 연구소에서 이민정책연구실장을 맡아 이민정책 연구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다. 그는 5년 동안 이 대학에서 아시아 이주 및 인권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서울에서 송종섭·김남숙 씨 사이의 장녀로 태어난 그는 숙명여대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홍콩대에서 국제인권법 석사학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에서 근무하다가 옥스퍼드대 이민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컨설턴트로 일하던 중 2010년 싱가포르국립대에 스카우트됐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납북자 피해보상법’을 제정할 때 그가 제시한 건의안이 인권위의 권고문으로 나오기도 했다.

다음은 송 교수와 전화 및 이메일로 주고받은 일문일답.

-- 어떤 계기로 로위국제정책연구소의 제안을 받게 됐나.

▲ 지난 2014년 출간한 ‘동아시아 비정규 이주 및 인간안보’라는 책이 알려지면서 이주 관련 기관이 여는 각종 행사에 참석해 주제발표 또는 기조연설을 했다. 국제이주기구(IOM)를 비롯해 호주·인도네시아 정부가 공동 지원해 운영하는 비정규 이민 관련 국제협력 포럼인 ‘발리 프로세스 및 아세안’ 등이 주최한 국제회의와 워크숍 등에 참석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책을 읽었던 것 같고, 여러 활동을 눈여겨본 것 같다.

-- 연구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 올해에는 호주의 이주정책 가운데 난민과 아시아 이주민에 관한 지난 20∼30년간의 동향 및 문제점을 분석한다. 그 결과를 이민성에 권고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경제 및 가족 이주 연구를 한다. 이주민은 본인과 가족의 인간안보를 위해 끊임없이 더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는 속성이 있다. 전쟁·폭력·기아·빈곤·자연재해를 피해 직업의 기회·복지·교육·자연환경이 더 나은 곳으로 삶의 터를 옮겨간다. 인간안보와 이주 간 상관관계를 연구할 것이다.

-- 호주의 이민정책을 평가한다면.

▲ 지금까지는 잘해왔다. 유연한 이민정책을 수립해 이민자를 많이 받았고, 그 영향으로 경제도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의 이민정책을 보면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등 ‘자국 위주’로 바뀌었다. 지난 몇 년간 호주는 미얀마나 방글라데시에서 오는 ‘보트 피플’을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강경 보수파인 토니 애벗 전 총리는 군대까지 동원해 난민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국제법을 위반했다. 인도주의 정책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 어떤 방향으로 호주 이민정책을 재수립하려 하는가.

▲ 녹색당을 제외하고는 자유당이나 노동당의 이민정책이 큰 차이가 없다. 큰 틀은 유지하면서 경제와 난민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이민정책을 세울 계획이다. 영국과 덴마크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민정책은 양면성이 있다. 문호를 개방하면 사람뿐만 아니라 문화, 사상, 종교 등이 함께 밀려온다. 당연히 기존에 있던 문화와 가치가 충돌한다. 프랑스는 무슬림 이민자들을 정착시킬 때 유럽의 가치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책을 펼쳤다. 학교에서 히잡, 무슬림 심볼이나 장신구 등을 금지했다. 그러면서 자기들 정체성을 지키려고 했다. 그래서 실패했다. 반면 영국은 문화를 존중해주고 사회 일부로 받아들였다. 영국과 덴마크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급진 무슬림들을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따로 마련했다. 이런 부분에 호주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호주 내 한인 커뮤니티를 평가한다면.

▲ 호주 내 한인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후 이주한 초기 이주 노동자, 1980년대 한국의 경제발전 및 국제화 이후 이주한 경제·교육이민자 등으로 구성됐다. 최근 20년간은 워킹홀리데이나 유학생 신분으로 왔다가 기술이민으로 전환하는 20∼30대 젊은 층, 특정한 기술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영구이주하는 사람들이 주류다. 2000년대 후반에 잠시 한국의 탈북자들이 영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여행을 갔다가 난민 신청을 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제 그 숫자는 줄어들었다. 호주 한인커뮤니티는 다른 수많은 소수민과 함께 한국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호주 사회로 잘 적응해 가고 있다.

--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 박사 논문이 ‘북한 인권 담화 분석’이다. 한국 사람으로 우리의 절반인 북한에 관심을 품고 궁금해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대학 때 10개월 정도 혼자 유럽을 여행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북한인지 남한인지를 물어보며 여러 가지 질문을 했는데 아는 것이 없어 창피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3학년에 복학해 정치학 수업을 들었다. 그러던 중 1997년쯤 북한 꽃제비의 실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충격을 받아 북한을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수학을 전공하다 국제법으로 바꾼 것도 북한 인권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재외동포가 할 일이 있을까.

▲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북한인권법 등을 만든다고 해서 북한 인권이 나아지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북한 체재 내부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려면 탈북자를 이용해야 한다. 최근 탈북자들을 보면 평양의 엘리트가 많다. 이것은 내부에 분열이 있다는 증거다. 북한과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탈북자들을 잘 육성한다면 김정은 체제의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하나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 연구소 근무 후 계획은.

▲ 싱가포르국립대로 돌아가 이주와 인간안보의 관계를 진화적 관점에서 보는 연구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에 흥미로운 이주의 역사,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사례가 많다. 현장에서 이주민을 만나고, 이들과 수십 년씩 관계를 유지하면서 세대 간 진화 과정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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