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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스포츠 교육에서 체벌이란…‘4등’

<새영화> 스포츠 교육에서 체벌이란…‘4등’

입력 2016-04-04 11:39
업데이트 2016-04-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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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은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단기적인 성과가 필요한 지도자에게는 특히 그렇다. 체벌의 피해자들은 매 맞기 싫어서라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짜낸다. 그래서 때론 체벌이 달콤한 결실을 보기도 한다.

영화 ‘4등’은 수영이라는 종목을 통해 이 같은 학교 스포츠에서의 폭력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영화 12번째 프로젝트로 제작됐다.

수영을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된 초등학생 준호(유재상)는 대회에 나갔다 하면 4등을 한다.

그런데 이 4등이 참 애매한 등수다. 3위, 즉 메달권 안에 들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련만, 4등은 포기하기도 계속 도전하기도 쉽지 않은 순위다.

정애(이항나)는 아들 준호를 1등으로 만들고자 유명하다는 수영코치 광수(박해준)를 어렵게 소개받는다.

광수는 준호를 1등으로 만들고 대학도 보내주겠다고 큰소리를 치고서는 대신 절대 자신의 교육 방법에 관여하지 말고 수영장도 찾아오지 말라고 정애에게 경고한다.

정애의 기대와 달리 광수는 준호에게 수영을 가르치기는커녕 만날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참다못한 준호가 수영을 가르쳐달라고 하자 그제야 수영장에서 수영 강습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교육법은 혹독했다. 준호가 지시한 대로 제대로 따르지 못하자 준호를 몽둥이로 사정없이 때렸다.

맞으면서 배운 준호는 한달 후 열린 대회에서 간발의 차로 2등을 하고, 정애는 ‘거의 1등’이라며 좋아한다.

준호는 다음 대회에서 1등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수영을 계속 해 나갈 수 있을까?

영화는 스포츠 교육에서의 체벌이라는 해묵은 주제를 상투적이지 않게 다루고 있다.

대개 체벌은 학생인권의 측면에서 무조건 안 된다는 당위론적 반대와 짧은 시간 성과를 내려면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는 두 입장으로 나뉜다.

영화는 쉽게 어느 한편으로 입장을 정리하기보다는 체벌이 재생산되는 구조, 체벌을 묵인 또는 수용하는 구조적·개인적 계기 등 체벌을 둘러싼 여러 측면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광수가 준호를 때리는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한때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며 잘 나갔던 자신이 현재 동네에서 수영강습이나 하는 ‘퇴물’이 된 데에는 학교 선생들이 엇나가는 자신을 체벌로 바로 잡아주지 않아서라고 광수는 생각한다.

그가 준호를 체벌하면서 “지금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정애는 “난 준호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라며 광수의 폭력을 애써 모른 척한다.

맞는 준호 역시 “제가 잘 못하니깐 맞는 거예요”라며 광수의 폭력을 받아들인다.

영화가 체벌이라는 소재를 입체적으로 다룰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영화 제작에 앞서 수많은 체육인을 인터뷰한 덕분으로 보인다.

정지영 감독은 “때리는 사람은 나쁜 놈, 맞는 사람은 피해자라는 구도로 설명하기엔 우리가 사는 사회구조가 복잡하다”며 “일방적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사람의 몸에 있는 것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어른들은 전부 결함이 있다. 어른들이 악하거나 나빠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일정 부분 그런 형태의 결함을 띠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16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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