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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가라 하와이” “보도연맹 학살” 이승만 시 공모전 입상 취소 소동

“니가가라 하와이” “보도연맹 학살” 이승만 시 공모전 입상 취소 소동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6-04-04 16:01
업데이트 2016-04-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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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에 당선 됐다가 취소 된 ‘To the Promised Land’
최우수상에 당선 됐다가 취소 된 ‘To the Promised Land’
뉴라이트 성향의 보수 단체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과 입선작 1편이 당성 취소됐다. 두 작품 모두 이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심사됐지만 사실은 심사위원이 알아차릴 수 없도록 이른바 ‘세로드립’(글의 첫 자를 세로로 읽었을 때 숨은 뜻이 있는 것)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4일 오전 자유경제원이 공개한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 수상작품집’에는 ‘To the promised land(약속의 땅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시가 최우수상 수상작 2편 가운데 하나로, ‘우남찬가’라는 제목의 시가 입선작 8편 가운데 하나로 등재됐었다.
 
 최우수상 수상작인 ‘To the promised land’는 “Now you rest your burden/International leader, Seung Man Rhee/Greatness, you strived for/A democratic state was your legacy(이제야 당신은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군요/국제적인 지도자 이승만/당신이 정열을 쏟았던 그 위대함/민주주의 국가는 당신의 유산입니다.)”이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언뜻 보면 이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 시의 각 문장 첫 글자만 따서 세로로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비꼬는 문장이 등장한다. 4·19 민주혁명으로 하야한 이 전 대통령이 하와이로 망명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입선작 ‘우남찬가’의 비난 수위는 더욱 높다. 이 시는 문구 그대로 읽어보면 이 전 대통령을 ‘우리의 국부’, ‘독립열사’,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다’, ‘자유민주주의 기틀을 잡으셨다’ 등으로 표현했다.

입선 취소된 ‘우남찬가’
입선 취소된 ‘우남찬가’


 
 그러나 첫 글자를 따서 읽으면 ‘한반도 분열 친일인사 고용 민족 반역자 한강다리 폭파 국민버린 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이라고 쓰여 있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두 작품의 입상 취소 사실을 전하면서 “대회 취지에 반한 글을 악의적으로 응모한 일부 수상작에 대해 입상을 취소하고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안이 교묘한 사술을 통해 행사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주최 측 및 다른 응모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자유경제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해 평균 20억원 상당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단체로, 현재 교육계와 진보 성향의 시민사화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앞장섰다. 새누리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이끈 이 단체의 전희경(40·여) 사무총장을 4·13 총선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9번에 배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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