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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1번지 프랑스는 지금 ‘이슬람 여성 디자인’ 논쟁중

패션 1번지 프랑스는 지금 ‘이슬람 여성 디자인’ 논쟁중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04-03 12:41
업데이트 2016-04-0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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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패션은 돈 벌려고 여성 노예화 부추기는 것”

 글로벌 패션 기업들이 이슬람 시장을 겨냥한 의류를 속속 내놓고 있는 가운데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이런 흐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고(故) 이브 생 로랑의 동성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인 피에르 베르제는 최근 프랑스 라디오에서 “이슬람식 옷과 스카프 등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들은 여성을 노예화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흐름에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이너들은 여성을 감추고 숨겨진 삶을 살게 하는 가증스러운 독재자와 협력하는 게 아니라 여성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여성에게 자유를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여성을 꽁꽁 감추기보다는 무슬림 여성들이 저항하고 옷을 벗어 던지고 세계 다른 곳의 대부분의 여성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삶 대부분을 이슬람국가인 모로코에서 보낸 그는 “나는 결단코 이슬람 혐오론자가 아니다”라면서 “여성도 머리에 스카프를 착용할 권리가 있지만 왜 우리가 서구의 자유와 양립되지 않는 이런 종교적 관습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패션 업체 사이에 이슬람 스타일 제품 출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을 ‘기회주의’라고 불렀다.그는 “이슬람 스타일의 옷을 창조하는 목적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것일 뿐이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자유의 편에 서야하고 이런 원칙은 돈보다 우선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의 옷을 디자인한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도 “패션은 세속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희망을 줘야 한다”며 최근 두드러진 이슬람 패션의 부각 현상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대 패션 기업의 이슬람 스타일 차용은 프랑스 패션 업체에서부터 시작됐다.

 2년 전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계열사인 DKNY가 이슬람권 금식 성월 라마단 기간에 알맞은 옷을 처음 내놓은 것을 신호탄으로 세계 주요 패션 업체는 의류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슬람권을 타깃으로 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무슬림 디자이너 하나 타지마와 협업해 무슬림 여성을 위한 패션을 선보인 일본 업체 유니클로도 이달 초 영국 런던 매장들에서 히잡 판매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스웨덴의 H&M은 처음으로 히잡을 쓴 모델을 등장시켰고 자라, 토미힐피거, 망고, 막스앤드 스펜서 등도 무슬림 패션 출시에 가세했다.

올 초에는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브랜드 돌체앤드가바나(D&G)가 부유한 중동 고객을 노리고 고급 히잡과 아바야(발목까지 덮는 이슬람 드레스)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프랑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로랑스 로시뇰 프랑스 가족·아동·여성권익부장관은 지난달 30일 방송에서 이슬람 전통복장인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을 ‘니그로’(흑인을 비하해 부르는 표현)에 비유했다. 여성인 로시뇰 장관은 무슬림 패션을 출시하는 패션업계에 대해 “사회적으로 무책임하다. 어떤 면에서는 여성 신체를 아예 보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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