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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형사팀 여경 “광주에선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

강력.형사팀 여경 “광주에선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

입력 2016-01-31 10:58
업데이트 2016-01-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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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경찰서의 형사과 사무실, 이른 아침 술에 찌든 주취자를 흔들어 깨우는 한 40대 남성 경찰관의 시선이 조사실 천장에 매달린 조그마한 TV에 머문다.

TV에서는 배우 김혜수가 여경 역할을 하며 흉악범을 쫓아 맨손으로 붙잡는 드라마 속 장면이 긴박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를 본 남성 경찰관의 입꼬리는 슬쩍 올라가며 “치…저런 여경이 어딨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강력범죄 현장에서 활약하는 여성경찰관,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여경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서는 여경들이 형사과 외근부서에 근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31일 광주의 5개 경찰서에 따르면 형사과에 배속돼 현장을 뛰는 형사팀·강력팀 여경이 광주는 현재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첫 여경 치안정감 배출에 이어 광주 최초 여성 경찰서장과 형사과장까지 나와 여성 경찰에 대한 ‘유리천장’이 깨진 시대라고는 하지만, 강력범죄를 다루는 형사과에는 좀처럼 여경을 찾기 어렵다.

일부 형사과에 배치돼 근무하는 여경이 경찰서별로 1∼2명 있긴 하지만, 모두가 사무실에서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광주에 강력팀에 근무한 여경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6년 전남 해남경찰서 강력팀에 근무하던 신수형 경사(당시 경장)가 광주로 전입해 오면서 첫 강력팀 근무 여경의 계보가 시작됐다.

이어 2011년 전국 두 번째 여성 형사과장이 동부경찰서에 발령됐고, 신 경사에 이어 두 번째 강력팀 근무 여경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후 강력범죄 현장을 누비는 여경의 계보는 뚝 끊겼다.

광주·전남 최초 강력팀 근무 여경이라는 수식어를 안고 있는 신 경사는 현재 육아 휴직 중이다.

신 경사는 갓 낳은 딸을 어르고 달래면서 “여자이다 보니 결혼, 임신 등으로 가정을 이루면 형사과 근무는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고 털어놨다.

신 경사는 “10여년 전 최초로 강력팀에 근무할 당시만 해도 통상 2명씩 잠복 등 현장 업무를 하는 형사과 업무 특성상 여경의 존재는 동료에게도 본인에게도 서로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현재도 실정은 다르지 않다. 형사과 업무를 도전해보려는 젊은 여경이 없다기보다는 강력범죄를 다루는 업무 특성상 남성 위주의 환경과 분위기가 큰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현직 경찰관들의 중론이다.

순경으로 경찰이 된 신 경사를 과거 강력팀으로 이끈 광주 서부경찰서 윤성중 수사과장은 “여성 피의·피해자들을 조사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당시 신 순경에게 강력팀 근무를 제안했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해보려는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간부는 “여경을 강력팀이나 형사팀에 배치해도 1년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 여경 배치를 꺼린다”며 “밤샘 근무가 이어지고, 각종 강력범죄나 변사사건을 일손이 딸리면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인데 어떤 여경이 쉽게 지원하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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